"기업 환경 좋아지면 샌드위치 위기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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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일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이 30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MB노믹스(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말)'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이 당선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한 사공일(67) 전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의 입을 통해서다. 사공 위원장은 1980년대 중반 재무장관.경제수석 등을 역임했다. 정치적으론 암울한 시기였지만, 사공 위원장 같은 테크노크라트(전문성을 갖춘 기술관료)의 개방.구조조정 정책 덕분에 경제는 그나마 활력을 유지했다.

◆MB노믹스 요체는 '꿩 잡는 게 매'=사공 위원장은 30일 "'MB노믹스'의 요체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리면 핵심 공약인 7%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부터 해결하겠다는 이 당선자의 실용철학이 담겨 있다.

사공 위원장은 30일 서울 삼청동 특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종 기업규제를 풀어 국가경쟁력을 키우면 샌드위치에 처한 우리 경제도 풀린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이라고 하면 세금을 낮추고, 자금 공급을 늘리고, 적정 금리를 유지하는 등 경제적 요소만 고려하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며 "한.미 동맹 강화, 정치 안정, 정책 일관성, 협조적인 노사관계 등 정치.사회적 효율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도 기업 친화적인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MB노믹스가 국정의 중심에 있고 (여러 정책 중)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 초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내에 정부조직을 개편하고, 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되살리겠다는 뜻도 밝혔다. 사공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경제 부처의 기획조정 기능이 약화됐다"며 "앞으로는 기획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경쟁력 강화가 최우선=사공 위원장은 MB노믹스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경쟁력강화특위가 새 정부에서 어떤 식으로든 존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레이건,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 만든 '경쟁력정책위원회'를 벤치마킹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전경련에서 민관 공동 국가경쟁력강화특위를 건의한 바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지만 카운슬(위원회) 형태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사공 위원장은 "새 정부는 공급을 늘려 가격 안정을 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것에 대해서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 경제성장은 물론 국정 운용에 큰 걸림돌이 된다"며 "각종 투기적 요인으로 부동산 값이 뛰는 것은 반드시 막겠다는 게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글=손해용 기자 , 사진=조용철 기자

◆사공일 위원장=미국 뉴욕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원장을 거쳐 5공화국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재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중앙SUNDAY는 30일자 '인수위의 심장부로 돌아온 사공일 전 장관' 제하의 기사에서 "전두환 '과외교사'가 MB노믹스의 키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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