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콜린 파월 前합참의장 공화당,대권후보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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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콜린 파월장군의 차기 대통령후보 출마를놓고 언론과 공화당 내에서 일고 있는 선거열기는 48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장군의 출마에 민주당이 걸었던 헛된 환상을 떠올리게 한다.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대통령이 48년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후보였던 토머스 듀이 뉴욕주지사를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민주당 지도자들은 초조해진 끝에 트루먼을 밀어내고 전쟁영웅 아이젠하워장군을 후보로 지명하자는 캠페인 을 벌이기 시작했다.남부의 인종차별주의자에서부터 자유주의자와 노조지도자,그리고 루스벨트대통령의 세 아들조차 아이젠하워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주요 정치 현안들에 대한 아이젠하워의 정치적 입장에 관심을 가진 민주당원은 거의 없었다.열렬한 아이젠하워 지지파였던 앨릭스 로스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단 두가지다.하나는 우리가 듀이를 이겨야 한다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아이젠하워가 히틀러를 쳐부숴야 한다는 것』이라고까지 말할 정도였다.
아이젠하워는 끝내 민주당의 후보지명을 거절했다.트루먼은 소속정당조차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해 선거에서 승리했다.그로부터 4년후인 52년,한때 아이젠하워의 십자군을 자처했던 민주당 지도자들은 공화당 후보로 나온 아이젠하워와 맞서 싸워 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파월장군은 어떤가.파월도 아직 뚜렷한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이 점이 이번에는 공화당지도자들로 하여금 확실한 근거도 없이 가장 인기있는 인물 가운데 한사람이 공화당의 정견에암묵적으로 동조해 대통령후보로 나설지 모른다는 환상에 빠뜨릴 수도 있다.48년의 민주당원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공화당원들 역시 엄청난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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