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소년가장 복서 제2유명우 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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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18세의 소년가장 복서 강성무(姜成武.마산영남체)는 23일 오전 마산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몇번이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세어봤다.
마치 세계챔피언이 되어 몇억원의 대전료를 받은듯한 표정이었다.그러나 그가 가진 돈은 30만원.94미리노컵 한국권투신인왕전에 출전,두 경기를 이겨 받은 대전료다.
姜은 병석에 누워 있는 홀어머니 宋선이(53)씨에게 고깃국을끓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시속 1백㎞의 고속버스가 더디게만 느껴졌다.
「신인복서의 등용문」인 신인왕전 페더급에 출전한 姜은 1회전에서 김호진(金好鎭.부산태극체)을 판정으로 꺾은데 이어 준결승에서 최용선(崔容善.주문진체)을 1회 KO로 제압,당당 결승에오른 유망주.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햇병아리 선수지만 자신에게는 결승 진출이 엄청난 「사건」(?)이었다.
1남2녀의 막내로 국민학교 졸업장이 전부인 그에게 다 쓰러져가는 집안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이 타올랐기 때문이다.
막노동을 하던 아버지(53)가 방탕한 생활을 하며 집안 일을거의 돌보지 않아 공부를 곧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학을 포기한강성무.또래 친구들이 재잘거리며 등교할 때 姜은 안경공장.양말공장.철공소 등을 전전하며 어린 나이에 감당하 기 힘든 일을 닥치는대로 해야만 했다.그나마 아버지는 2년전 집을 나간뒤 소식이 끊겼고 행상을 하던 어머니 마저 신경통이 도져 자리에 누워버린지 4년이 됐다.
〈金相于기자〉 그렇다고 출가한 두 누나에게 기댈 처지는 아니었다.생계책임은 자연히 姜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공사장을 옮겨다니며 막노동으로 하루 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강성무는 지난해 11월 『이대로 지낼 수는 없다.큰돈을 벌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영남체육관을 찾았다.1천만원짜리 단칸 셋방에 있는 어머니 宋씨는 아들이 대견스럽게 여겨졌지만 위험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고 말렸다.그러나 姜은 막무가내로 끝내험난한 복서의 길로 들어섰다.일단 마음을 정한 姜은 공사판 막일이 끝난 오후7시부터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두시간씩 샌드백을 두들겨왔■.
맷집이 좋고 의지가 굳어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마침내 그는 신인왕전의 문을 두드려 일단 성공했다.
영남체육관 문성환(文成煥.38)관장은 『신장(1m65㎝)은 작지만 펀치가 정확하고 오른손 훅이 좋아 장래가 기대된다』고 평하고 있다.
성격이 활달한 강성무는 『내년 1월5일 결승전에서 반드시 승리,제2의 유명우가 되겠다』면서 다부진 결의를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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