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大기업정책 이중적-全經聯 95기업환경보고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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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모두 놓쳤다-.』 올해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보는 재계의 입장이다.국가경쟁력 강화와 경제력집중 억제라는 두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이루려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도저도 이루지 못하고 기업활동만 위축시키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전경련(全經聯)은 23일 내놓은 「95년 기업경영환경」이라는보고서를 통해 『신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지원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규제를 강화하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는 정부가 상반된 정책목표를 모두 추구하고 있는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정부는 올해 경쟁력강화를 위해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했으나 기업들이 이를 피부로 느끼기에는 역부족인 반면,경제력집중 억제 명분의 대기업규제는 강화돼 세계 화시대의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다.
전경련이 파악하고 있는 정부의 올 대기업관련 정책과 제도는▲공정거래▲여신관리▲규제완화▲금융기관정책▲업종전문화▲기업세제▲공기업 민영화 ▲사회간접자본(SOC)민자유치등 8개분야.
보고서는 『대기업 정책이 이처럼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으나 그기본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여타 경제정책과의 종합적 정합성(整合性)과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를테면 공기업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민영화를 추진했으나 동시에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 한도를 40%에서 25%로 강화함으로써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민영화의 한계를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김태일(金泰日)이사는 『정부는 올해 국가경쟁력 강화와 세계화의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고 여기에는 대기업의 역할이 핵심적이다』고 전제,『그렇지만 왕성해야할 대기업의 활동을 정부는 오히려 억제하고 있다』고 「이중성」의 의미를 풀 이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일중(金一仲)연구위원은 『이같은 대기업정책의 이중성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지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소유분산을 위해서는 오너 자연인에 대한 과세강화라는 정책수단이 있는데도 계열사에 대한 출자총액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당초 목적과는 달리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또 싸고 맛좋은 소주를 소비자가 맛보게 하기 위해서는 신규진입을 허용,경쟁시켜야 하는데도 정치권이 지방 주조업체 보호명분으로 대기업체를 규제하는 주세법 개정파동이 정책이중성의 부작용을 뒷받침하는 사례에 속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강경식(姜慶植)민자당의원은 정부의 공정거래법 운용과 관련,『독과점방지란 이유로 공정거래법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경쟁촉진법으로 개정,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규제는 기본적으로 완화해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정책적으로 강화해야 되는것도 있다.완화가 가능한 것은 공정거래법 강화를 통해 그와 관련한 부작용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의 강화는 모든 기업이 경제활동에서 지켜야 할 보편적과제이기 때문이다.소유구조 개선등 보편적.총량적 원칙을 강화하는 것이 정책방향이다.』 〈趙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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