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끼읽끼 Q&A] 줄거리 미리 알려주면 긴 책에도 흥미 느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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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선생님께서는 아이들에게 긴 책을 읽게 하라고 주문하시는데 꼭 그래야 되는가?

A:책으로 만든 상, 책상을 보았다.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책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질문을 보낸 어머니도 선생님의 편지를 읽는 순간 책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 모양이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책을 읽는 것이 왜 나쁘겠는가만은 2백쪽이 넘는 두꺼운 책을 작은 아이들이 읽다가 질려 다시는 책을 읽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이런 마음이 담긴 질문인 것 같다. 미술관 한 가운데에 책으로 시원하게 샤워하는 작품을 갖다놓고 싶다.

장편을 다 읽고 나면 샤워를 한 것보다 더 시원한 느낌이 들텐데, 책 속으로 빠져들기까지가 어려운 것 같다.

신문에 보면 곧 개봉될 영화를 미리 소개하는 지면이 있다. 줄거리를 먼저 보면 영화 볼 맛이 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호기심이 생겨 영화가 더 보고 싶어진다.

미국의 조지아 대학원에서 공부를 마친 비러리 아이슬 선생님은 책을 읽기 전에 줄거리를 이야기 해주고 배경.인물.작가의 경향 등에 대해서 간단한 독서토의를 한다. 그리고 나서 책을 각자 묵독하게 한다.

집에서 선생님처럼 지도하기에 약간 벅차다고 생각이 들면 문학세계사에서 나온 마크 트웨인의 '톰소여의 아프리카 모험(2백21쪽)'으로 시작해 보면 좋다. 이 책의 앞부분에 요약되어 있는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줄거리를 이야기해줘, 아프리카 편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장편 동화는 이렇게 시작해서 아이들의 수준에 따라 하루에 10분에서 30분 정도 매일 읽는다.

다음날 이어서 계속 읽는다. 이렇게 지속적인 묵독, SSR(Sustained Silent Reading)를 시켜서 그 효과를 보려면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독서 습관이 붙으면 아이들에게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고 비버리 아이슬 선생님은 경험담을 말한다.

정태선 총체적언어교육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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