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사람 대선 패배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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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패배 이후 24일 국회에서 처음 의원총회를 열었다. 앞줄 왼쪽부터 정세균·이미경·장영달·한명숙·선병렬·임종석 의원. [사진=오종택 기자]

대통합민주신당이 17대 대선 참패 이후 닷새 만인 24일 첫 의원총회를 열었다. 국회 의원회관의 소회의실로 들어오는 참석자 91명 의원의 표정엔 웃음이 없었다. 지난 10년간의 여당 생활을 마감하고 사실상 야당을 시작하는 첫 의총이었다. 의총에선 선거 참패에 대한 '노무현 정부 책임론'이 쏟아졌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개회 발언에서 "이번 대선은 현 정부에 대한 징벌적 심판이자 정권교체라고 규정해야 할 것 같다"며 "(신당에서) 어느 누구도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 조배숙 의원은 "이번 대선은 이명박 대 정동영의 싸움이 아니라 노무현 대 반(反)노무현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누구를 후보로 내세웠어도 어려웠을 것이다. 참여정부 실정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비노(非盧.非노무현)로 분류되는 김한길계 의원들은 '노무현 정부 책임론'을 집중 거론했다. 그러면서 내년 2월 신당 전당대회에서 합의 추대가 아니라 경선을 통한 지도체제 개편을 요구했다. 김한길 의원의 대표 경선 도전을 염두에 둔 주장이다. 주승용 의원은 "경선을 통해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후보 진영에 적극 참여했던 상당수 의원들이 동조했다. 문학진 의원은 "당내에 대선평가단을 조직해서 이렇게 진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경선을 통해 노선 투쟁을 치열하게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합의추대론은 당 중진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지지한 386 의원과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제기했다. 우상호 의원은 "전당대회 경선은 지구당에선 지역위원장 싸움을, 중앙당에선 계파 싸움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송영길.임종석 의원은 정 후보에 대해 "대선 직후 후보의 (자성)메시지가 명료하지 못하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선 패배에 '내가 책임진다'는 얘기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경선 때 이해찬 전 총리를 지지했던 양승조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해 오히려 감동을 줬다"며 정 후보를 우회 압박했다.

의총에선 인적 청산론까지 나왔다. 손 전 지사를 지지했던 정장선 의원은 "참여정부에서 역할 하셨던 분들은 대선 패배에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공천에서 우리 스스로 잘라내는 노력이 없으면 이겨나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총 뒤 최재성 원내공보부대표는 "참석한 모든 의원들이 이번 선거는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었다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친노 그룹은 침묵=백가쟁명식 논쟁이 벌어졌지만 친노(親노무현) 의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계파에 관계없이 튀어나온 '노무현 정부 책임론'과 '인적 청산론'에 대응할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고, 유시민 의원과 윤호중.이화영 의원은 발언하지 않고 자리만 지켰다. 당내에선 "대선 참패에 이어 총선에서 당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친노 의원 누구든 뭐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지 않으냐"는 얘기가 나온다.

글=채병건.김정하 기자 ,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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