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는 선택이다! ② 이런 학생이 '성공'한다

중앙일보

입력

"스스로 원칙 정하고 자율적으로 관리해야"

수능 성적 발표 직후의 혼란은 해마다 치르는 연례행사다. 그러나 ‘등급제’가 처음 실시된 올해는 여느해보다 극심했다. 최대 화두는 ‘등급 컷’. 여기저기서 1,2점 모자라 등급이 내려갔다는 하소연이 봇물을 이뤘다. 작은 점수차로 등급이 아래로 내몰려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의외로 담담한 학생과 학부모도 눈에 띈다. 해마다 수능 성적 발표 직후 재수를 결심하는 학생들을 만나곤 한다. 내가 특강을 나가고 있는 경기도 광주 D기숙학원에도 벌써 상담을 받거나 등록을 마친 학생들이 꽤 많다. 아직 날짜가 남아 있는 정시 모집을 포기하고 재수로 마음 굳힌 학생들의 얼굴은 오히려 차분하다.

어떤 학생은 이미 재수 성공을 보장 받은 양 자신감이 가득 차 있다. 복권을 사 놓고 있으면 마치 당첨된 듯 뿌듯한 느낌이 드는 것과 같은 심리다. 이쯤 되면 누군가 이 학생에게 약간 겁을 줘 마음가짐을 바로잡도록 해야 한다. 어지간히 굳게 마음먹지 않고선 성공하기 어려운 게 재수다.
학생들과 재수 상담을 하다보면 반쯤은 점쟁이가 된다. ‘이런 자세로는 실패하기 십상이지’ ‘이 학생은 내년 꼭 합격하겠는데’ 대략 감이 잡힌다.

재수생에게 성공의 단서는 누가 뭐래도 ‘통제’다. 일정한 틀 속에서 생활과 학습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가가 중요하다. 재수생 스스로 원칙을 정하고 자율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다. 문제는 요즘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규제하는 능력이 미약하다는 사실이다.
재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연스레 통제를 받지만 재수생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제대로 된 계획과 엄격한 자기관리만이 올해의 실패를 딛고 내년의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한다. 수많은 재수생들이 사설학원에 몰려오는 이유다.
통제를 선택한 이상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라 실감나지 않겠지만, 꽃 피는 봄이 오면 재수생들의 마음은 통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에 휩싸이게 된다.

기숙학원에서 나는 한 학생의 어이없는 행동에 입을 다물지 못한 적이 있다. 몽롱한 눈빛의 한 여학생이 필통을 손에 들고 휴대전화인 양 문자 메시지를 찍는 시늉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재수에 성공할 학생이 정해져 있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과장이 아니다. 어떠한 성공이든 전제조건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재수생에게 자신과의 싸움은 (기숙학원 등의)통제와 규율을 얼마나 착실히 수행하느냐다.

올해 초 K대학 관광학부를 어렵게 들어간 제자가 찾아왔다. 다짜고짜 ‘반수’를 하고 싶단다. 대학을 잘 다니던 학생이 올해 다시 수능을 보겠다는 얘기다. 자신이 원했던 학교와 학과에 어렵사리 진학해 놓고, 반년도 채 안돼 “적응이 안 된다”는 핑계를 늘어놓는 것이다. 나는 반수 성공 확률이 극히 적다며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다.
올해는 재수생이 예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등급컷으로 말미암아 억울해서 재수할 학생이 많을 거란 얘기다. 단 한가지 당부하고 싶다.
재수에 앞서 자기통제의 결심이 얼마나 확고한 지 자신을 돌아본 뒤 결정하라.
남영식 엑스쿨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