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1년] 2. '내편 네편' 가르기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참여정부는 지난 1년간 1969년 이래 '국정의 모든 분야를 일일이 챙기며 행정부처 위에 군림하던'청와대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편했다. 정책부처를 관장하던 수석비서관을 없애는 대신 정책실을 신설해 '대통령 프로젝트'에 전념토록 하고, 비서실은 기능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는 대통령의 역할을 집약해 분권.책임 행정을 구현하려는 바람직한 시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처에 대한 청와대의 일상적인 간섭은 여전하며 오히려 새 시스템이 창구 다원화에 따른 혼선만 부추겼다는 혹평까지 나온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가지 까닭을 들 수 있다. 우선 대통령 프로젝트가 너무 많다. 동북아경제중심위를 비롯한 6개 위원회, 사회통합기획단의 4개 팀과 신행정수도기획단이 맡은 국정과제만 10개가 넘는다. 여기에다 중소기업특위 등 9개의 대통령 직속위원회까지 감안하면, 결국 청와대가 국정의 대부분을 직접 관장하는 셈이다. 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핵심과제를 3~4개로 줄이는 한편, 대통령은 길목만 지키고 실무적인 사항까지 언급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대통령의 참모를 공신(功臣) 위주로 포진시켰던 것도 문제다. 인재를 적소에 배치하지 않다 보니 수시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임시변통 인사를 단행했다. 더욱이 이들 상당수가 총선에 출마해 취임 당시에 천명했던 당정분리 원칙도 일부 손상됐다. 코드가 맞는 인물을 고르는 것은 양해할 수 있지만, 대선 캠프와 인수위 멤버를 편애해서는 안 된다.

盧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대결구도를 극복하기 위해 출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대통령의 행적은 오히려 계층.이념.세대간 싸움을 부추겼다. 기득권을 흔들고 과거와 절연하려는 피아(彼我)의 확연한 이분법 탓이다.

일을 제대로 하려면 때론 욕도 먹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갈등구조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대통령으로부터 개혁대상으로 지목당한다면 누가 흔쾌히 동참할 것이며, 반대로 우리 모두 문제가 많으니 과감하게 바꿔보자면 누가 머리를 싸매고 반대할 것인가. 대통령이 된 만큼 이제는 재야 운동가 스타일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수성가한 리더가 보편적으로 지닌 독선과 아집은 없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따지고 질책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끌어안고 독려하는 리더가 돼야 상향식 개혁, 함께하는 즐거운 개혁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재 완 성균관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