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불붙은 세밑 商戰-가격파괴 확산속 치열한 판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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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올겨울의 상전(商戰)은「계절 상품」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모피.피혁.난방용품.스키용품등 겨울 성수품은 물론 에어컨.냉장고등 여름 상품의 판매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내년부터 특별소비세의 인하로 값이 내릴 상품들을 미리 앞당겨세일에 들어가는 업체도 늘고 있다.
또 호경기로 주머니가 풍성해진 소비자를 한사람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백화점.재래시장등 상권(商圈)간의 경쟁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모피.피혁=가을까지만 해도 한두달에 한번씩 열리던 백화점의모피기획전이 요즘들어서는「전국민에게 모피.피혁 한벌씩 입히자」는 기세로 거의 모든 백화점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진도.근화.케이시박등과 같은 모피 제조업체들은 「이때 아니면 못판다」며 전국의 주요 백화점과 직영매장을 중심으로 판촉행사에 바쁘다.또 케이시박.영후실업.남영훼밀리등 국내 1백50여개 토스카나.무스탕 업체들도 일제히 값을 낮추 며 대목 장사에 들어갔다.
올들어 부도를 낸 토스카나.무스탕업체도 많았지만 내수전환.신규참여 업체 수는 그보다 더 늘면서 판매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이때문에「가격인하」경쟁이 어느 품목보다 치열하다.
지난해까지 1백10만원대에 팔렸던 제품이 89만원에 팔리고,89만원짜리는 59만원으로,79만원짜리는 49만원으로 값이 내렸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 숙녀의류부 모피.피혁과 진창범(陳昌範)과장은 『일부업체에서는 질나쁜 원피를 쓰면서 19만원짜리 재킷까지 만들어낼 정도로 가격경쟁이 심하다』고 말했다.
◇특소세 인하품목(가전.카펫)=정부가 주요 품목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내년부터 인하한다고 밝힌 것은 지난 13일.그러자 바로 다음날인 14일 삼성전자가 먼저 20인치 이상의 대형TV,VCR,3백ℓ 이상의 대형냉장고등 특소세인하 적용 제품의 값을그날부터 5% 인하판매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특소세가 인하된후 그때 가서 구입하겠다며 구매시기를 늦추게 되면 내년 1월까지「판매공백」이 생길 것을 고려,아예 미리 값을 내려버린 것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기선을 잡자 금성.대우전자도 같은날 하루의 시차도 없이 가격인하를 발표했다.
가전사의 판매전이 그만큼 숨가쁘고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특소세 인하발표는 중국.벨기에등에서 고급융단을 수입해 파는 한빛.한일.코아.삼덕등 융단업체에도 비상을 걸었다.
이미 비싼 특소세를 물고 들여온 제품을 처분해야 하는데 당장에 고객의 발걸음이 줄어든 까닭이다.
한빛등 카펫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체가 대규모 세일을 실시해 비싸게 특소세를 물고 들여온 제품을 빨리 손털어 버린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업체마다 다소간의 시차는 있겠지만 조만간 카펫업체들의대폭 세일이 이어질 전망이다.
◇난방용품=난방용품 업체들은 때마침 몰아닥친 추위로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로 즐거운 비명이다.
『다른 상점에서는 보통 30%씩 할인해 준다는데 왜 10%밖에 안되는 거에요.』 『지금 팬히터하고 로터리히터는 제품이 없어서 못판다니까요,다른 곳에 다녀봐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전자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용산전자상가내 난방기 판매업소에서 요즘자주 볼수 있는 손님과 판매원간의 승강이다.
용산전자상가의 각 상점들에는 난방기를 찾는 손님이 이어지고 있으나 상점마다 제품이 몇대 없어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겨울 판매목표로 잡았던 팬히터 6만대가 11월중에 모두 팔려나가 이달들어 1만대를 추가생산,판매하고 있고 5만대를 팔려고 했던 로터리히터 역시 11월말에 다 팔려2천대를 더 생산해 팔고 있다.
***에어컨 예약도 大성공 가전3사는 특히 올연말에는 전례 없는 여름계절 상품 에어컨 예약판매까지 실시,대성공을 거둬 보통 신이 난게 아니다.
지난 1일부터 가전3사가 대리점등을 통해 접수한 에어컨 예약대수는 지금까지 3만여대를 상회한다.
그야말로 때아닌 에어컨 판매열기로 지난 여름 유난히 뜨거웠던날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겨울스포츠용품=스키등 겨울스포츠 인구를 잡으려는 업체들도 고객확보 경쟁이 달아올라 있다.
특히 최근들어 겨울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스키용품업체들은 수입원가가 올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격을 10~20%씩낮춰가며 고객잡기에 여념이 없다.
스키용품 수입판매상인 ㈜토레스의 김용건 판매계장은『어느 한곳에서 값을 내리면 모두 따라내리는 실정』이라며『지난달까지 1백만원을 받던 고급 살로만 스키판(플레이트)을 80만~90만원대에 팔고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운동장 주변 스포츠용품 상가에서는 브랜드를 불문하고 권장소비자가에서 기본적으로 30~40%를 깎아주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잡고있다.
또 값보다도 브랜드를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 소비행태에 맞추기 위해 노르디카 부츠,살로만.아토믹.볼키 플레이트등 고가 수입브랜드 제품을 갖추고 고객을 끄는 업체도 늘고있다.
〈李京宣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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