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사람들 70인 분석한 김광웅 교수 제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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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웅 교수

"대통령을 개인으로만 보면 한계가 있으니 그 팀을 봐야 한다"는 말은 21세기 리더십 연구의 핵심 성과를 집약하고 있다. 이른바 '공유한 리더십(shared leadership)' 또는 '팀 리더십(team leadership)'이다.

개인으로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율사이기 때문에 법과 원칙의 리더십을 발휘할 줄 알았다. 그러나 팀을 보니 386으로 좌편향이 될 수밖에 없다.

영국 옥스퍼드대 템플턴 칼리지의 '전략 리더십 인스티튜트' 모토는 '우리는 부족한 개인들이 모여 완벽한 팀을 이룬다'다.

대통령 개인은 인간으로서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팀이 이를 보완해 완벽한 팀을 만드는 것이 21세기 지도자상이라는 뜻이다. 대통령을 프레지던트(President.대통령)에서 프레지던시(Presidency.대통령직)로 이해하려는 학문적 경향도 있다. '대통령 개인'에서 '대통령 팀'으로의 관심 이동은 이런 경향과 관련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전 집무할 금감원 연수원의 사무실(점선 안). [사진=강정현 기자]

중앙일보와 한국의회발전연구회가 공동으로 '이명박 핵심 참모 70명'을 분석.평가한 것은 이명박 당선자의 리더십을 같이 일할 사람들의 팀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이 조사는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당내 경선이 치열하던 8월 중앙일보에 게재됐던 '대선 후보 자질 평가'의 후속 기획이었다.

대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법과 제도에 따라야 하고 동시에 참모들에게 묶인다. 주어진 법.제도 속에 대통령이 머무르고자 하면 참모들은 그리 역할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치적 역량을 크게 발휘하려 들면 법과 제도를 바꾸려 할 것이다. 이럴 경우 참모진의 성격은 매우 중요하다. 이명박 당선자는 성품으로 보아 후자에 속할 가능성이 커 참모진의 색깔은 매우 중요하다.

참모진의 성격은 대개 (1)전문성 (2)다양성 (3)미래지향성 (4)이념성향 등으로 가려볼 수 있다.

얼마나 각 분야의 전문성을 두루 갖추었는가, 구성이 얼마나 다양한가, 향후 5년간의 변화와 흐름을 제대로 읽으며 얼마나 미래지향적인가, 그리고 팀은 어떤 이념성향인가 등이다.

특히 학교나 지역이나 연령대로 보아 팀이 다양성과 개방성이 떨어져 동질적이고 폐쇄적이면 어빙 제니스가 말하는 '집단 사고의 오류'에 빠질 염려가 있다. 보편성이 없기에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그리고 미래지향성이 약하면 현재 문제의 해결에만 급급해 시기만 놓치고 마는 우(愚)를 반복하기 십상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 대선 캠프의 팀 구성원은 대부분 청와대 참모로, 내각 각료로, 국회의원으로, 그리고 정부 및 산하기관의 주요 직책에 발탁돼 대통령과 함께 5년 임기 동안 국정을 맡는다. 팀 구성원 중에는 핵심도 있고, 방계도 있겠으나 어떤 형태로라도 대통령을 보좌해 정책을 펴고 국정을 이끌기에 대통령 개인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가 분석은 대선 평가 기획 중 처음 시도된, 매우 의미 있는 자료라고 자평한다. 이 당선자가 스스로 프레지던트에서 프레지던시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대통령 팀'으로서 일을 해나가길 바란다.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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