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경제학>性의 장벽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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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의학의 원조인 히포크라테스가 여권(女權)운동가들의 미움을 받는 건 그가 일찌감치 펼쳐온 남성 우위론에 연유한다.그는 남아가 태아로 있을 때 여자아이보다 빨리 뇌에 정신(精神)이 든다고 고집했다.
19세기에 접어들어서는 여성의 뇌의 무게가 남성보다 약간 가볍다는 주장이 나와 여성을 깔보는 사람들의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었다.그때 일부 여성들은 코끼리나 고래가 인간보다 큰 뇌를 가졌다고 해서 지능이 더 발달된 것으로 보아야 하 느냐고 대들었다.큰 뇌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못한 이보다 더 많은 지혜를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쥐의실험을 통해서도 암컷과 수컷의 뇌 우위를 가려낼 방법이 없었다. 몇몇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시험에서 우수한 여성들을 얼마만큼 뽑을 것인지를 놓고 적지 않게 고심하고 있다.전혀 뽑지 않는다면 여성 차별기업으로 지탄받기 쉽고 일정 비율만큼 선발하자니 아무래도 인사에 부담이 간다는 설명이다.어떤 기 업인들은 여성들의 지능수준과 생산성을 언급하면서 채용 확대에 매우 소극적이다.그러나 이와 반대입장에 있는 기업주들은 여성들의 섬세하고 치밀한 기획력과 현장업무 추진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인구가 급증하면서 고 용시장은 남녀간보다는여성끼리의 경쟁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女-女 취업경쟁에서는 지능이나 지혜보다 용모.키.몸무게 등을 따지는 기업이 많아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차별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6월 포브스誌는 미국의 性 장벽이 얼마만큼 제거됐는지를알아보기 위해 하버드대학의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소유한 최상급 여성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본 적이 있다.그 결과에 따르면 이 명문대학의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한 여성 8 명중 남자 동창생들처럼 전문직업인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은 현재까지 1명뿐이다.나머지 7명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인터뷰조차 거절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그런데 30년이 흐른 지금 미국기업체 경영간부중여성경영인은 40%에 육박했다.우리 나라는 10인이상 사업체의임원 가운데 여성이 전체의 3.9%에 해당하는 4천4백76명에지나지 않는다.여성들의 힘과 에너지가 발휘되어야 할 때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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