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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환자는 '아침형 인간' 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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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른바 '아침형 인간'이 유행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오전 4~5시에 일어나 외국어 강좌를 수강하거나 운동 등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또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가히 아침형 인간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열쇠로까지 묘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관련 서적을 직원들에게 선물하며 은근히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독려(?)한다는 보도를 본 적도 있다. 생체리듬상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새벽과 아침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아무나 함부로 아침형 인간이 되려고 했다간 건강을 크게 해칠 수가 있다. 특히 천식 환자들은 겨울철 이른 아침시간을 운동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아닌 '손실'이 되기 쉽다.

흔히 운동을 함으로써 폐활량을 늘리는 것이 천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운동이 오히려 천식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겨울철 새벽에 찬 공기를 마시며 달리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환절기의 차고 건조한 공기는 천식 증상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며, 이렇게 차고 건조한 환경에서 운동할 때는 천식 발작이 더 잘 일어난다. 따라서 천식 환자들은 추운 겨울이나 환절기에 새벽 달리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며, 따뜻할 때 운동하는 것이 추천된다. 혹시 운동하게 되는 경우에는 운동 전 기관지 확장제 등을 흡입하는 것이 천식 발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천식은 보통 환절기에 심해지는데 차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더욱 증상이 악화되며, 감기로 인해 심한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감기나 유행성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에 힘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밖에 천식 환자들은 아스피린이나 비 스테로이드계 소염제가 함유된 감기약 복용시 주의해야 한다. 일부 중증 천식 환자의 경우 감기를 치료하기 위해 아스피린이나 비 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사용할 경우 특이 체질 반응으로 급성 천식발작.두드러기.혈관부종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감기를 치료한다고 천식약의 복용을 임의로 끊는 경우가 있는데 감기는 기존의 천식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전문의 처방에 따라 흡입제 등 천식 치료를 더욱 열심히 받아야 한다. 외출시에는 언제나 응급장비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습관을 생활화하고, 감기나 유행성 독감 예방을 위해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중요하다. 부지런한 아침형 인간이 사회적 성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신의 질병이나 몸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아침형 인간되기'라는 유행만 좇다가는 몸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상헌 한국천식협회 . 서울대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