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30."도쿄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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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郎)가 『도쿄 이야기』(東京物語)를 만들던 1950년대는 일본영화의 황금기였다.
51년에 구로사와 아키라(黑澤明)가 『라쇼몽』(羅生門)으로 베니스영화제 금상,53년에 미조구치 겐지(溝口健二)가 『雨月物語』로 베니스영화제 은상,54년엔 미조구치의 『산쇼』와 구로사와의 『7인의 사무라이』가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상을 공동 수상했다.또 같은 해에 기누가사 데이노스케(衣笠貞之助)가 『지옥의 문』으로 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는등 서구사회에 일본영화를 등장시키는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이들은 각자의 작품세계가 뚜렷했다.미조구치가 시적(詩的)이고구로사와가 현대적.동적이라면 오즈는 전통적이고 가장 일본적이란평을 받았다.
오즈는 다른 감독에 비해 유럽영화계에 늦게 알려졌다.오래 전파리에서 처음으로 『도쿄 이야기』를 대하고 난 후 나는 한동안오즈에 빠져 있었다.우리가 잘 아는 평범한 얘기도 거짓없이 참모습으로 그려낼 때 예술영화가 될 수 있다는데 대해 감동했다.
많은 사람들은 모든 것을 절제한 정화된 화면구도를 보여주는 오즈의 세계를 선(禪)으로 압축한다.그는 인물들의 움직임을 되도록 제한하고,감정은 안으로 삭이고 겉으로 크게 표현하지 않는다.배우들에게 마음을 비우라고 요구 하고 있는 것이다.이 영화에서 아내의 장례식후 남편이 느끼는 슬픔과 외로움을 담담히 그린모습은 오즈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일본 가정생활의 모습을 그가 원하는대로 표현하기 위해 앉아있는 위치에서 찍는 「다다미 숏」은 그의 특징이 되었다.이 영화는 첫 컷부터 끝까지 이같은 카메라 포지션으로 정물사진과 같이촬영하고 단 2컷만 이동을 사용했다.
우에노공원에서 막내 며느리의 퇴근을 기다리며 땅에 앉아 있는두 노인을 향해 카메라가 아주 천천히 다가간다.그후 넓고 혼잡한 도쿄시내를 바라보며 걷는 그들의 걸음걸이 템포에 맞춰 뒤에서 이동하지만 거의 움직이는 느낌을 주지않는다.
그날 저녁 잠잘 곳이 정해지지 않은 두 노인의 초조하고 애처로운 모습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동정심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적 이동인 것같다.또 이 장면은 드라마가 생기기 시작하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도쿄 이야기』는 41년전(1953년)영화지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부모와 자식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절제된 연출로 다뤄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시부모님께 친자식보다 더 따뜻하게 해드리는 착한 막 내 며느리는부모님께 무관심한 큰 언니.큰 오빠에 대해 불평하는 시누이에게이렇게 말한다.『나도 네 나이때는 부모님 생각 밖에 없었어.
그러나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면 부모님과 점점 멀어지게 되는거야.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이 있어.그 들이 나빠서가 아니고….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않지만 아마 나도 큰 언니.큰 오빠 같이될거야.』 그러나 오즈는 역직원을 통해 조용히 우리들에게 교훈을 준다.『부모님을 잘 모셔.정신차렸을 땐 벌써 부모님은 딴 세상에 가신 후니까.』 [파리=尹靜姬(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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