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처럼 넉넉함으로 국민 사랑할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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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윤옥 여사가 19일 투표 후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 김윤옥(사진) 여사는 20일 서울 가회동 자택에 머물며 선거 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전화로 인사를 했다. 그는 "어머니와 같이 넉넉한 품으로 국민을 사랑하고 통합하겠다. 대통령이 최상의 컨디션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돕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나라당 경선과 대선 때 김 여사는 불교계나 사회봉사단체 등을 챙겼다. 기독교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찰을 찾을 때면 불상 앞에서 오체투지 (五體投地.불교식 큰절)를 해 불교계에서 반응이 좋았다.

경선 땐 자녀들의 위장전입과 남동생 김재정씨의 고소전 탓에 눈시울을 붉힐 때도 많았다. 김 여사는 7월 '중앙 SUNDAY'와의 인터뷰에서 동생 재정씨에 대해 "우리 동생이 몸이 굉장히 안 좋은데…. 오빠 두 명이 모두 일찍 돌아가시고 남은 동생인데 병든 애를 저렇게까지 하니 미안해서…"라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이 당선자에 대한 공격만큼이나 김 여사에 대한 범여권의 공격도 거칠었다. 대선전에선 1000만원대 핸드백에, 1500만원대 손목시계 논란도 생겼다.

그럼에도 김 여사는 낙천적 성격과 친화력으로 이명박 선대위에 활력을 줬다. 빡빡한 선거운동 기간에도 수많은 '말말말'을 쏟아냈다. 경선 당시 이 당선자와 박근혜 전 대표 간의 감정 싸움이 한창일 때 그는 "여자와 절대로 싸우지 말라. 세상에 여자와 싸워 이기는 남자는 없다"고 이 후보에게 조언했다. 또 이 당선자에게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유언비어가 돌자 "숨겨진 자식이 있으면 빨리 데려 와라. 사무실에 할 일은 많고, 사람은 없는데 데려와 일을 좀 시켰으면 좋겠다"는 한 방으로 공격하는 사람들을 머쓱하게 했다.

"첫날 밤? 신랑이 열 40도에 밤새 앓아 손만 붙잡고 그냥 잤다"거나 "차명재산은 있을 수 없다. 재산관리를 내가 다했다"는 그의 '가회동 이야기' 블로그 글이 화제를 만들었다.

그런 그도 가정에선 야당(野黨)으로 불린다. 이 당선자에게 남들은 엄두도 못 내는 쓴소리를 마음껏 쏟아낸다고 해서 이 당선자가 붙여준 별명이다.

김 여사는 1947년 대구에서 3남4녀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매청에 다닌 공무원 출신이다. 경북고 동창인 이 당선자의 동지상고 은사와 김 여사의 친오빠가 술자리에서 '잘나가는 제자'와 '예쁜 여동생' 자랑을 하다 중매를 주선했다.

그는 평소 "시집이 그렇게 가난한 줄은 결혼한 다음에 알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12월 19일 지지자들 앞에서 이 당선자와 손을 맞잡고 "국민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김 여사의 얼굴에선 마음고생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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