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이홍구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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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홍구(李洪九)총리 지명자는 폭넓은 사고와 부드러운 설득이 돋보이는 현실적 합리론자다.
그는 통일원 장관을 14대와 19대 두번씩이나 역임하면서도 우리사회의 보수와 진보 진영들로부터 균형감각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민족공동체 방안 창안자로 알려진 그는 서울대 교수시절부터 한국정치학계를 이끄는 인물로 존경을 받아왔다.지난 88년부터 노태우(盧泰愚)대통령에 의해 제 14대 통일원 장관으로 발탁,일단 6공 사람으로 분류되지만 청와대 정치특보시절 盧대통령에게김영삼(金泳三)후계체제를 건의한 인물로 알려졌다.
통일원장관에 임명된지 불과 7달반만에 총리로 자리를 옮긴 이총리 내정자의 숨은 힘은 실무 경험을 갖춘 정치학자로서의 통찰력과 그의 뛰어난 언어 감각이다.
이미 유행어가 되어버린 「핵무기 半개=비핵화공동선언 무효」와「선의의 압력」 「남북관계의 이중적 모순구조」「韓美의 강조점 차이」「북한의 가장 큰 문제는 노동당의 자신감 결여」등은 모두그가 만들어낸 용어들이다.그는 또 부처간 조정 능력이 뛰어나 지난 4월 정부외교안보팀 좌장으로 취임한이래 그이전에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나오던 정부 외교안보팀을 조용히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있다.
李총리 내정자의 이같은 조정능력을 익히 알고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정부 조직개편으로 어수선한 정부 부처들을 원만하게 이끌기위해 선택했다고 풀이하고 있다.
미국 에모리대학과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교수출신인 그는워싱턴정가(政街)에도 안면이 많은 미국통이지만 무조건적인 친미파(親美派)는 아니다.
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가 갈등조짐을 보이자 그는 『미국은 핵문제를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 유지 차원에서 접근하고있는 반면 한국은 남북관계 차원에서 보고 있는등 강조점의 차이가 있다』고 정부 관료로는 최초로 언급, 駐韓미대사관측 은 한때 그의 발언 진의를 캐묻고 다니기도 했다.
駐英대사를 거쳐 지난해 부터는 월드컵유치위원회위원장을 맡으면서 일찌감치 국제화 운동을 벌이기도한 그는 문민정부 출범 때부터 끊임없이 총리물망에 올랐다.
저서로는 정치학개론.마르크시즘 1백년 등이 있으며 부인 박한옥(朴漢玉)여사와1남2녀를 두고있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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