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농활 대신 자원봉사 "기말고사도 태안행 버스서 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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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순천향대생들이 태안군 소원면 백리포에서 플래카드와 쓰레받기로 기름을 수거하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기름 제거가 급해 기말시험을 태안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봤습니다."

18일 오전 충남 태안군 원북면 구례포 해수욕장 일대.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학생 40여 명이 헌 옷가지로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냈다. 학과 대표 김대현(21.1년)씨는 "학과의 성격이 각종 재난과 관련된 만큼 기름 제거가 더 급해 이렇게 달려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 가서 봉사를 하기 위해 이날 3학점짜리 교양과목 '물과 인간생활'의 기말시험을 태안행 버스 안에서 치렀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버스에서 시험을 보도록 책받침을 나눠 주었다.

태안에 자원봉사 물결이 넘친다. 대학생들은 겨울 농촌봉사활동 대신 기름 제거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태안에 몰린다. 예년에는 대학생들이 겨울에도 농촌에 가서 일을 돕거나 농촌 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었으나 올해는 사상 최악의 오염사고가 난 태안반도로 방향을 틀었다.

◆시험보다 기름 제거가 더 급하죠=18일 태안군청에 따르면 9일부터 18일 현재 기름 제거 자원봉사활동을 벌인 대학생들은 전국 30개 대학 2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기말시험을 마치거나 연기하고 태안에 왔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8일 기말고사가 시작됐지만 학과별로 교수의 양해를 구해 연기하거나 미리 치르고 15일부터 50~100명씩 자원봉사를 벌이고 있다. 중앙대.홍익대 등 서울 지역 10여 개 대학 500여 명도 15일부터 태안에서 자원봉사를 벌였다.

충남대 총학생회도 각 학과와 동아리를 중심으로 300여 명의 학생이 17, 18일 학암포 일대 바위에 묻은 기름을 닦아 냈다. 충남 아산 순천향대생 50여 명도 16일 태안 백리포 해변에서 자원봉사를 벌였으며, 이 대학 서교일 총장과 의대생 20여 명은 두통을 호소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진료해 주는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광주.전남 10여 개 대학 학생들도 기말고사가 끝나는 20일 본격적인 자원봉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기름 제거할 수 있는 시간은=태안 해안은 하루 두 차례 물이 들고 나는데 이번 주는 낮 시간 때 밀물이 들어와 방제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짧다. 자원봉사자들은 썰물 때에 맞춰 현장을 찾는 게 좋다. 대통령 선거일인 19일 물때는 오전 4시51분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졌다 다시 오전 11시8분 최고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이날 방제작업은 오후에나 가능하다.

글=서형식.신진호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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