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수술 로봇 국산화 나선 이춘택 병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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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우리나라가 가장 앞섰다고 자부합니다. 수술 후 치료 효과가 이를 증명하지요.”
 
2002년 국내 처음 미국에서 수술용 로봇(로보닥)을 도입, 2556례라는 경이적인 수술건수를 기록한 이춘택병원의 이춘택(사진) 원장. 그는 장비 도입 5년 만에 이제 단순한 소비자에서 개발자로 탈바꿈했다.

“로봇 가격이 무려 17억원입니다. 여기에 삼차원 영상을 구현할 10억원 상당의 멀티CT까지 도입했으니 관절전문병원으로서는 무리한 투자를 한 거지요. 하지만 이렇게 고가인데도 사용자 입장에선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부품의 국산화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대표적인 성공작은 최소침습수술(MIS)과의 접목. 로봇의 정밀성과 최소 절개기술을 결합시킴으로써 환자의 고통과 재활 기간을 크게 줄였다.

뼈를 자르는 커터가 종래 7.8㎜에서 5㎜로 작아졌고, 앞으로 더 작아질 전망. 최소침습에 쓰이는 소프트웨어 역시 자체 개발했다. 그 덕에 환자의 무릎 절개 길이는 16∼20㎝에서 10∼11㎝로 줄었고, 조직의 손상과 통증이 크게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로봇수술은 수술 3일 뒤에야 걸을 수 있지만 최소침습을 병행한 로봇수술은 마취 깨고 4시간이면 가능합니다. 또 계단 오르기는 수술 후 5일(기존 수술은 3∼4주)이면 할 수 있고, 통증이나 감염을 우려하는 약물 사용도 절반 정도 줄였습니다.”
 
로봇 수술의 장점은 정확성. 컴퓨터로 3차원 영상을 분석하고, 위치와 방향을 잡아 육안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줄인다. 여기에 최소 절개로 합병증과 재활 기간을 단축시킨 것이다.
 
그의 임상성적은 3월 말에 열렸던 아시아 CAOS(컴퓨터 보조수술학회)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돼 로봇을 판매한 회사 대표를 놀라게 했다.

2005년 이 원장은 로봇 개발에 참여했던 미국인을 포함, 다섯 명의 연구원으로 ‘로봇 관절 연구소’를 만들었다. 현재 병원에서 로봇 관절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임상의사는 15명. 디자인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미국과 인도 대학·연구소의 우수 인력 다섯 명도 참여하고 있다.
 
산·학·연 연구과제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로봇팀이 진행하는 ‘지능형 인공관절 로봇 국산화’ 과제와 경기도·서울공대의 수술용 로봇 국산화 개발 계획에 참여키로 한 것.
 
“고령화 사회를 맞아 세계적으로 관절 수술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수술용 로봇이나 소프트웨어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외국 환자들이 한국을 줄지어 찾을 때까지 계속 투자할 계획입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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