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성적 왜 추락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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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과학 실력이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2006년 국제 학력평가(PISA: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s Assessment) 결과가 국내 과학계를 패닉상태에 빠뜨렸다. 1위의 기염을 토한 지 단 2회 차 만에 10위권 밖으로 추락한 것. 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 화살은 공교육의 잘못으로 돌아간다. 2002년부터 도입된 7차 교육과정 시행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교과 과정에서 과학수업 시간과 학습내용이 크게 줄었다. 이마저도 대학 입시를 위해 단순 암기식 수업이나 이론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이런 결과가 이미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과학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암기식 수업으로 인해 고도의 응용능력은 고사하고 과학 원리에 의한 기초 실력마저 떨어뜨리고 있어 대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사교육 기관에서 10년째 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최은영(32·여)씨는 한국 과학교육의 현실에 대해 “지나친 실적위주의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번 결과도 단순히 학생들의 과학 기피현상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단순히 점수 올리기 위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과학의 원리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이끌어 내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최씨가 말하는 대안이다. 이를 위해 그가 제안하는 교육방법은 실험위주의 체험교육이다. 과학을 본격적으로 접하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실험을 통한 원리를 학습함으로써 과학의 본질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다.

중학교부터는 학습이 평가모드로 접어들기 때문에 이론 중심의 주입식 교육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수리에 밝은 학생들도 과학에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시점이 바로 이 때다.
최씨는 현실적으로 교육정책 자체를 뜯어고치기 힘들다면 일선에서 행해지는 교육방법이라도 바꿔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 분야에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도 파악되지 못한 상태에서 잘못된 학습방법으로 인해 지레 과학을 포기시키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영재교육원의 선발방식이 창의·사고력 측정 위주로 바뀐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장학학원 하광호 이사장은 “과학의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다 창의적이고 심도 있는 사고를 요하는 학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폭넓은 독서를 유도하고 실험위주의 학습이 여의치 않다면 토론식 수업으로 사고력을 증진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리미엄 김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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