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사교육대책 성공하려면] 上. 'TV과외'인터넷 사교육 수준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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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둘러싸고 평가와 논란이 교차하고 있다. 근본문제를 손대려 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평을 듣고 있지만 현실성에 대해선 다소 유보적인 지적도 있다. 작심하고 내놓은 대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과 앞으로의 과제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홍보회사에 다니는 崔모(25)씨는 고교생이 되는 조카의 수능 대비를 위해 유명하다는 교육사이트를 다 뒤져봤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앞으로 'e-러닝(인터넷 교육)'의 창구로 활용하려는 에듀넷(www.edunet4u.net)은 물론 유명하다는 M.H사의 사이트를 비교해 본 것이다.

결론은 사교육 쪽의 인터넷 교육 사이트 승리였다. 崔씨는 "내용뿐 아니라 동영상의 질.편리성 등에서 사교육 시장이 분명 앞선다"고 평했다.

교육부는 4월 1일부터 수능 24시간 전문 채널을 설치하고 방영하며, 에듀넷에서는 사이버 학급 등을 운영해 사교육을 잡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직도 공교육 쪽과 사교육 쪽의 'e-러닝'은 현격한 차이가 난다. 교육부가 아무리 좋은 내용을 공급하더라도 학생 등 소비자의 눈길을 끌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기는 공교육, 나는 사교육=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에듀넷의 동영상 강의는 고1과 고3을 대상으로 한 시범강의뿐이다. 현직 교사가 진행하는 사이버 강의도 '수능 유형분석 강의' '심층면접 구술교사' '논술고사' 등 3개에 불과하다. 학년별 구분이나 수준별 프로그램은 빠져 있다.

이에 비해 한 벤처기업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가보자.

일단 학년별로 구분해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고3 언어영역에만 개설된 강좌만 20여개가 넘는다. 수준별 강좌는 말할 것도 없다. 기초.기본.심화 등으로 구분된 수업이 제공된다. 현대소설.시.고전문학 등 특화된 강좌도 여러개다.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각종 입시 정보도 풍부하다.

시스템 수준도 공교육 부문을 압도한다. 교사와 학생이 1대1로 화면을 통해 수업을 진행한다. 강의도 동영상 위주로 이뤄진다. 화질도 뛰어나고 학생이 저속과 고속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해가 가는 부분은 빨리 지나갈 수도 있고, 어려운 부분은 천천히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코웃음치는 학원=서울 강남의 金모 학원장은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EBS가 사교육의 질과 장점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란 자신감이었다.

金원장은 "우리는 아이들을 붙잡아 공부시키고 성적분석.진로지도까지 해준다"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인터넷 강의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TV와 인터넷을 통한 수능 강의의 경우 경쟁이 치열한 분야여서 수요 조사와 강의 개발 등 철저한 사전준비가 없는 한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게 사교육 업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M사의 한 관계자는 "강좌 개설 전에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빈틈없는 시장조사를 해 수요자들이 필요로 하는 강의 상품을 개발한다"고 자랑했다.

◇교육부 대책=교육부는 연간 2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해마다 3천5백여편의 인터넷.방송강의를 제작, 보급키로 했다.

강의 한편을 만드는 데 3백만원이 넘는 돈이 들기 때문에 순수 제작비만 1백억원 이상이 든다. 게다가 인터넷이나 방송 송출에 드는 비용과 운영비.시설 유지보수비 등을 고려하면 이 돈도 빠듯하다.

강홍준.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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