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운동부, 전국대회 출전 제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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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운동부의 전국 규모 대회 출전을 연간 3회까지로 막는 교육부 방침은 학교체육의 근본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 내용이다. 소위 '운동 기계'로 전락한 학생선수들이 정상적인 학교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게 취지다.

그러나 적지 않은 부작용이 함께 예상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달고 있다.

*** 고교생 국가대표 힘들어

교육부 방침을 반박하는 기본 논리는 "출전 대회 숫자가 줄어든다고 학교수업에 충실할 수 있겠느냐"다. 현재 운동선수들이 대학진학을 위해 필수적인 건 상위 입상이다. 그런데 대회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입상의 기회도 적어지게 된다. 따라서 운동팀들이 오히려 더 훈련에 매달리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엘리트 선수의 발굴과 경기력 저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당장 오는 8월 개막하는 아테네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사격의 경우 3월부터 다섯 차례 선발전을 열어 평균점수로 대표를 뽑는다. 그러나 고교 선수들은 이중 두 차례는 출전할 수 없으므로 대표선수로 선발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여자 공기소총 은메달리스트인 강초현(당시 유성여고 3)과 같은 '신데렐라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경기체고 사격부 양영복 감독은 "출전이 제한될 경우 각 팀이 대회에 '나눠먹기'로 나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강팀에 불리하고 약팀에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결국 실력의 하향 평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걱정이다.

"여고 축구팀이 15개뿐인데 7개 대회(전국체전 제외) 중 3개만 출전할 경우 참가팀의 숫자가 크게 줄어 대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여자축구연맹 오세권 전무) "선수층이 엷은 종목은 대회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생길 것"(대한펜싱협회 오완건 사무국장) 등의 지적도 있다.

*** 학교체육 정상화 기대

스포츠 국가경쟁력의 기초가 되는 학교 운동부의 존립이 위협받게 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따라서 체육계에서는 이 방안의 취지를 유지하되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동안 유예기간을 두든지 연차적으로 대회 수를 줄여나가는 방법 등이 제시된다. 이와 관련해 체육계에서도 '일정 학업성적 이상의 선수만 대회 출전 허용'등의 학교체육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김종덕 훈련부장은 "방학 때 열리는 대회만큼은 출전 제한에서 제외시키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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