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것이궁금하다>백화점 이웃돕기 바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서울 사당동에 사는 맞벌이주부 김인숙(金仁淑.34)씨는 백화점 판매행사 가운데서도 각종 바자가 열리면 거의 빠짐없이 찾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을 사면서 간접적인 사회봉사도 하는 셈이 된다는게 그 이유다.
지난 28일 일요일에는 경방필백화점이 개점 1백일 기념행사로개최한 장애어린이돕기 바자에서 자녀들에게 줄 무스탕 방한화를 5천원에,방한장갑을 1만원에 각각 구입했다.
그러나 金씨는 요즘들어 백화점 바자행사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장애인돕기.소년소녀가장돕기 등 각종 명목을 붙인 행사가 너무 빈번하게 열리는데다 과연 얼마만큼 성금을 모아 이를 제대로 전달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동안 전국 32개 백화점들은 1백12회에 걸쳐 각종 불우이웃돕기 바자를 실시해 모두 13억3천5백79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평균적으로는 바자를 한번 개최할 때마다 1천1백90여만원을 만들어 사회복지를 위해 기증한 셈이다.그러나 부산지역 S백화점의 경우 저소득 모자(母子)가정돕기 바자를 통해 1백만원을 전달하는 등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는 사례도 상당수에 달했다.
백화점들이 불우이웃돕기 바자행사를 경쟁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를 통해 백화점 이미지를 크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또 고객들이 바자행사에 몰려들면서 행사장 이외의 매장매출도 올리게 되므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행사비용도 그다지 많이 들지 않아 매장과는 별도로 일정규모 행사장을 마련하기만 하면 백화점에 납품하는 업체들의 물품지원과기금을 모금하는 사회봉사단체의 인적 지원으로 행사를 진행할 수있다. 지난달말 뉴코아백화점은 르완다난민돕기 기금마련바자를 개최,모두 2천만원을 마련해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를 통해 르완다현지에 전달했다.
뉴코아는 서울반포 본점에서 납품업체들로부터 1천5백만원어치의상품을 기증받아 판매해서 얻은 9백44만원과 르완다사진전.VTR상영 등 이벤트행사 때 설치한 모금함에서 거둔 액수 등을 합쳐 1천만원을 마련했다.또 수원.과천.순천 등 지방점포에서는 별도매장을 개설하지 않고 입점업체들이 행사기간중 판매금액의 1%를 내놓고 뉴코아지점에서 같은 액수만큼씩 기증해 모두 1천만원을 만들었다.
결국 뉴코아측은 수백만원의 비용만을 부담하면서 사회봉사활동에적극 나선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전체매출이 늘어나는 등의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백화점들이 사회에 봉사하는 바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납품업체들에 거의 대부분의 부담을 지우는 현재의 방식보다는 스스로 이익의 일부를 환원한다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林一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