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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오염을벗긴다>15.河口부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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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바닷물의 간.만조를 이용,수위를 조절하는 낙동강 하구둑-.
이 하구둑은 바다로 흘러드는 낙동강물을 막아 부산시와 경남지역에 안정적인 생활용수와 농.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위해 83년부터 5년간의 역사(役事)끝에 축조됐다. 그러나 하구둑 축조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낙동강 하류의 거대한 저수지화(貯水地化)현상.
현재 하구둑 상류의 유속(流速)은 초당 1~10㎝에 불과하다.이는 낙동강 상류에서 8~9일간에 걸쳐 3백20㎞를 흘러 내려오는 동안 초당 70㎝의 유속이 크게 떨어져 정체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괴어 있는 물은 썩게 마련이다」는 말이 실감날 만큼 강물의흐름이 정체되면서 부영양화와 함께 각종 오염물질이 날로 퇴적돼카드뮴.납.아연.구리.6가크롬 등 중금속까지 검출되고 유역의 생태계와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심각한 양상을 띠 고 있다.
숭어.장어.농어등 회유성 어종의 서식처인 강 모래는 이미 상류에서부터 무분별한 골재채취로 바닥나 버렸고 그나마 하류에 남아 있던 모래마저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준설작업으로 바닥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회유성 어종은 80년대말까지 기형어가 속출하다가 90년대에 들어 자취를 감춰버렸고 이들 어종을 먹이로 삼던 을숙도의 철새도래지가 황폐화 돼버린 것도 하구둑 축조 이후 빚어진 생태계와 자연환경 변화라는 것이 환경관계전문가 들의 지적이다. 80년대초까지만 해도 해마다 겨울철이면 큰고니.청둥오리 등 1백37종 10여만마리의 철새들이 날아와 장관을 이루었던 동양최대의 철새도래지 을숙도에는 지난해 겨울 40여종 3만여마리만 월동했을 뿐이다.
이같이 낙동강 하구의 철새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산란지인 명지동 일원에 새로운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수질오염이 극심해지면서 철새들의 먹이인 소형 어류와 어패류.연체동물등이 멸종되다시피한데다,인근 어민들이 수심이 얕은 갯벌에 정치망과 해태양식장을 마구 설치하는 바람에 서식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낙동강 하류의 철새도래지는 7천5백만평 규모의 거대한 하구였으나 70년대중반 인근에 사상공단이 들어서면서 산업폐수가 쓸려들어 오염되기 시작한데다 하구둑이 건설된 이래 서식지가 급격히줄어들어 현재 해수면(海水面)을 포함해도 3천3 백만평에 그치고 있다.
부산 경성대 조류연구소장 우용태(禹龍泰)교수는『하구둑 축조 이후 상류쪽은 수중염도가 줄고 폐수가 괴면서 철새들의 먹이가 사라졌고 하류쪽은 수량이 줄어 생태계의 균형이 깨져 그 흔한 오리종류도 구경하기 어려워졌다』며『예년에는 10월 부터 날아와이듬해 1월중순에 절정을 이루던 철새들이 최근엔 빨라야 10월하순이나 11월중순에 날아오는데 이마저 먹이가 없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일쑤』라고 수질오염의 심각성을 개탄했다.
『흐르듯 잠겨 있는 기나긴 강물/잊지마라 예서 자란 사나이들아/이 강물네 혈관에 피가 된 줄을/오!낙동강 낙동강/끊임없이흐르는 전통의 낙동강….』 노산 이은상(鷺山 李殷相.1903~1982)시인이 1950년대에 쓴 詩「낙동강」처럼 예나 지금이나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지만 낙동강은 이제 우리의 혈관에 흐르는 피가 되지 못하고 있다.
철새들이 찬란하게 무리짓던 낙동강 하구는 70년대까지만 해도작가며 시인이며 화가 등 부산의 예술가들이 즐겨찾아 창작에 몰두해온 아름다운 작품의 무대가 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러한 낭만이 깡그리 사라져버리고 황폐한 갈대밭이 을씨년 스럽기만 하다. 정부는 개방화시대를 맞아 2000년대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태평양과 유라시아대륙을 연결하는 관문인 부산을 환태평양경제권과 동북아경제권의 거점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부산시강서구녹산동 앞바다 2백10만평을 매립,대단위 녹산국가공단을 조성하고 명지동 앞바다를 매립한 55만7천평에는 주거단지로 조성,배후도시를 개발하는 한편 西낙동강권 신호공단과 진해공단을 추가조성해 고부가가치의 성장산업을 유치한다 는 것이다.
또 녹산공단 맞은편에 위치한 가덕도에는 컨테이너 화물기지를 중심으로 연간 6천9백만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신항만도 건설하게 된다.
이같은 부산광역권 개발로 인한 상주인구 증가추세와 공업생산력증대에 따른 생활용수 하루 3백32만t과 공업용수 2만t이 추가로 필요하게 돼 이를 모두 낙동강에서 확보할 계획이다.이에 따라 2000년대에는 이미 오염의 한계를 넘어선 낙 동강 물을무진장 끌어다 쓰고 이를 다시 오.폐수로 쏟아붓게 된다는 사실은 두말 할 나위조차 없는 것이다.
정부가 97년까지 계획하고 있는「맑은 물 공급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빈사상태에 빠진 낙동강의 수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만『2000년대에도 끊임없이 이어질 경제성장 위주의정책시행과 인구의 도시집중화 현상이 심화될 경우 오염물질의 다양화및 배출량의 증가에 따른 수질관리가 어렵다』는 것이 환경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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