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서울 결전’ 해외 뮤지컬 빅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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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2월부터 1월까지 공연계는 대목이다. 분위기 있는 송년회로, 크리스마스 데이트 코스로, 간만의 가족 모임으로 사람들은 오랜만에 큰 맘 먹고 지갑을 연다. 자연 이름깨나 한다는 해외 유명 뮤지컬들도 이때를 겨냥, 속속 간판을 올린다. 늘상 봐오던 고만고만한 한국 배우들이 아닌, 이국적 분위기의 무희들과 폭발적인 가창력 그리고 휘황찬란한 무대를 경험하는 것은 색다를 터. 연말연초 한국 공연장을 찾는 해외 뮤지컬 ‘빅3’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본다.

파격
예수·유다 동성애 코드 … 음향 따라줄지

이름은 여러번 들어봤다. 언뜻 학창 시절 단체로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봐온 ‘지저스-’는 모두 잊기를. 제대로 된 해외팀이 공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독교적 색채가 강하리란 짐작과는 전혀 다른, 파격의 무대가 펼쳐진다.

우선 예수가 신격화되지 않는다. 지극히 인간적이다. 나약하며 우유부단하다. 유다는 더욱 놀랍다. 그는 예수를 사랑한다. 동성애 코드가 엿보일 정도다. 그가 예수를 배신한 이유 역시 예수가 자신의 사랑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음악은 록이다. 거칠면서 숨가쁘다. 저항의 정신이 스며들 수 밖에 없다. 다면적인 인간의 본성과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관객은 흠뻑 빠져들게 된다. 12~18일. 잠실 실내 체육관. 5만5000~12만원. 02-522-9933

◆약점=체육관 공연이다. 객석은 무려 4700여석. 여기서 과연 록음악의 폭발성이 느껴질 수 있을까. 맨 뒤 자리에서 공연을 보면 과연 뭐가 보일까?

웅장
노래는 귀에 쏙쏙 … 대중성 우려 여전

지난해 공연에 이어 두번째다. 프랑스 뮤지컬 특유의 유려함과 호소력깊은 노래는 ‘십계’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Mon Ferere(나의 형제)’는 특히 감미롭다.

모세와 람세스 역할을 맡은 두 배우의 카리스마와 노래 실력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영상과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입체감있는 무대 미학을 보여준다. 한 쪽에선 이집트 왕국이 나오는 데 다른 곳에선 유태인들의 단합이 도모되는 장면도 여러차례 나온다. 마치 분할 화면같다.

커튼콜에선 댄스 배틀처럼 다양한 종류의 춤이 나오니 먼저 자리를 일어서지 말 것. 12월 24일~2008년1월20일. 코엑스 대서양홀. 4만~14만원. 1588-4558

◆약점=지난해 실적은 ‘아니올시다’다. 80억원의 돈을 들였지만 수입은 40억원에 불과했다. 초연이라 인지도가 낮은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대중성이 약하다는 얘기 아닐까. 여전히 비싼 티켓 값(VIP 14만원)은 부담스럽다.

화려
유쾌·상쾌 … “웬 미국식 신파” 할 수도

이 작품 역시 한국 배우들론 여러번 공연됐지만 브로드웨이 공연팀이 내한하기는 처음이다.
뮤지컬의 전범 같은 작품이다. 탄탄한 스토리보단 볼거리 위주의 쇼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무명의 배우가 스타로 탄생하는 아메리칸 드림이 큰 줄거리다.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빠른 춤과 다이나믹한 탭댄스, 흥겨운 군무씬 등 눈과 귀가 다 즐겁다. 무대로 내려오는 대형 거울과 턴 테이블 무대 등 업그레이드된 세트 역시 중량감을 준다. 1월5일~2월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4만~13만원. 02-742-9005

◆약점=진부하다. 식상한 신데렐라 스토리에 뻔한 신파조가 결합됐다. 누군가는 ‘오래된 미국 악극을 보는 기분”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도움말 주신분=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최승연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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