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인종 그실체-또다른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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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까만 피부,펑퍼짐한 코와 두툼한 입술.아프리카인과 유럽인들을구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그러나 이같은 외모보다 종족을 구분하는 좀더 객관적인 기준은 없을까.
인간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해왔다는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학적 차이를 보면 쉽게 드러난다.
가장 좋은 예가 적도 부근의 사람들은 말라리아에 내성을 갖는유전인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아프리카인의 40%,아라비아반도와 인도 남부등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 사람들은 낫모양의 겸상세포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반면 말라리아가 없는 북유럽인등에서는 이러한 유전자를 찾아볼 수 없다.
우유를 소화하는 락타제라는 효소를 통해 종족을 구분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인간은 다른 포유동물과 마찬가지로 이유기가 되면 락타제가 몸에서 없어진다.그러나 가축을 키우고 신선한 우유가 일부 종족에서 주식이 되면서 성인후까지 우유소화효소가 계속 남게 되었다.
이 락타제효소의 유무로 본다면 북.중부 유럽인과 아랍인,북인도,그리고 서아프리카 풀라니족은 같은 락타제 포지티브종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반면 대부분의 아프리카인과 일본.미국 인디언은 락타제 네거티브종족에 속한다.
인간의 체형은 대표적인 환경의 소산물이다.예컨대 뜨겁고 건조한 지역인 나일강유역 딩카족은 키가 크고,다른 종족보다 긴 다리와 팔을 지니고 있다.이에 반해 에스키모나 이누족은 체형이 전체적으로 땅딸한 것이 특징.이는 기후에 따라 체 열의 이용을극대화하려는 인간의 환경적응 노력을 보여준다.
성적(性的)인 매력의 기준에 따라 진화되는 모습도 또다른 종족구분의 기준이 된다.아프리카 남부의 속사스족과 안다만(인도벵골만 동부의 섬)의 여성들은 다른 지역 여성보다 엉덩이가 큰편으로 이는 이곳 남성의 여성취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환경이나 성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유전되는 인자로는 지문이 있다.지문은 특히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다.예를 들어 유럽인은 말굽모양의 지문을 가지고 있는데 비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소용돌이 모양의 와상문을 보인다.
이를 기준으로 할때 대부분의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은 한 종족이고 유대인과 일부 인도네시아인.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은 한 종족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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