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중동평화 향해 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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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손에는 팔레스타인 기(旗), 또 한손에는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라말라 인근 검문지역을 질주하는 한국인 남성의 모습이 AP.로이터통신 등 외신 카메라에 잡혀 세계 주요 언론에 소개됐다. 사진의 주인공은 강윤원(44.경기도 시흥시)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해를 기원하는 취지에서 양국을 횡단하는 장거리 달리기에 나선 강씨는 지난 4일 이스라엘에 입국한 뒤 8일 이스라엘 북부 국경지대에서 텔아비브까지 1백여km를 완주했다.

그는 이어 16일에는 팔레스타인 임시수도 라말라~예루살렘~베들레헴에 이르는 30여km를 달렸다.

강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루살렘 언덕길을 역주하는 강씨를 본 양국 시민은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코리아 파이팅'을 외쳤고, 외신 기자 20여명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고 이일호 교민회 대표는 전했다.

李씨는 "외국인이 고통을 무릅쓰고 장거리를 달리며 평화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는 처음이어서 현지인과 언론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강씨는 국내에서 이삿짐.경비업체 직원 등으로 일해온 평범한 시민으로 이번 달리기에 들어간 교통.숙박비 등 모든 비용도 자비로 마련했다.

중동 평화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은 2001년 발생한 2차 인티파다(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분쟁)의 참상을 TV로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 직후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강씨는 중동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양쪽 기와 태극기를 새긴 머리띠를 매고 달려 2시간56분 만에 골인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고 느낀 강씨는 '직접 분쟁의 현장을 뛰며 평화를 호소하겠다'고 다짐하고 3년간 준비한 끝에 이번 달리기에 나서게 됐다.

강씨는 16일 기자들에게 "올해 열릴 아테네 올림픽이 진정한 세계인의 제전이 되려면 중동분쟁부터 종식되어야 한다. 이 달리기가 작은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19일 텔아비브에서 가자지구까지 70여km를 달리는 것으로 장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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