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과 하남시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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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27면

수도권의 기초 자치단체 두 곳에서 며칠 간격으로 각기 다른 성격의 투표가 치러진다. 한두 차례 관련 보도가 있기는 했지만 대통령 선거의 열기에 가려 세인의 관심 밖에 밀려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보고 넘어가야 할 측면이 있다.

먼저, 서울 강서구에서는 최근 김도현 구청장의 자격이 상실돼 19일 대통령 선거 때 구청장 재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김 전 구청장의 부인이 지난해 선거를 4개월여 앞두고 명절에 지구당 관계자 9명에게 안동 간고등어 한 손(두 마리)씩을 선물한 일로 벌금 300만원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간고등어 한 손은 1만300원, 합계 11만7000원어치다. 부인의 처사는 형식상 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 문제는 명절의 간고등어 몇 손이 선출직 구청장의 직을 박탈할 만큼 무거운가 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그 양형(量刑)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법의 적용은 엄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지나쳐서도 안 된다. 지금 우리 중에 스스로 순백하여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는가.

김 전 구청장은 1964년 서울대의 6·3사태를 주도한 것을 비롯해 평생을 민주화 운동에 몸 바쳐 온 사람이다. 많은 역경과 실패 끝에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이 됐다. 6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해 왔고 가난한 구청장, ‘월요편지’를 쓰는 구청장으로 유명했다. 그는 판결 선고 뒤 마지막 ‘월요편지’에서 “결과적으로 재선거를 치르게 해 대단히 죄송스럽다”는 사죄의 말을 남기고 표표히 공직을 떠났다. 그가 지금 어디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또 다른 하나는 12일 하남시에서 치러질 김황식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다. 이 제도는 우리에게 아직 생소하지만, 선출직 공무원을 주민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파면하는 제도다.

김 시장을 소환투표에 부친 이유는 딱 한 가지, 그가 하남시 관내에 화장장을 유치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과연 시장을 내쫓을 만한 일이 되는가. 우리의 법은 소환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주민들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나라의 모든 법에는 그것이 지향하는 취지와 정신이 내재해 있다. 이를 무시하면 법의 집행이 맹목에 빠지고 만다. 주민소환제도는 불법·부패·무능한 공직자를 추방해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 그리고 적법·타당성을 확보하려는 데 취지가 있다. 단순히 일부 주민이나 시민단체가 자신의 이해에 어긋난다 하여 무고한 공직자에게 딴죽을 걸 수 있게 하려는 제도가 아니다.

오늘날 화장률의 폭증과 더불어 화장시설의 부족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죽음이란 슬픈 일인데 화장장마다 시신이 긴 줄을 이루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더욱 큰 슬픔을 느낀다.

하남시의 화장장 후보지는 민가와 멀리 떨어진 그린벨트로 주민들의 생활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더구나 화장시설은 모두 지하화하고 지상은 멋진 공원으로 꾸미며, 시청·경찰서까지 들어서는 행정타운으로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차기 선거를 염두에 두어야 할 민선 시장으로서는 살신성인의 발상이다. 더구나 이 화장장 유치에는 2000억원의 인센티브가 걸려 있다. 낙후된 하남시의 발전에 큰 몫을 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런 시장에게 박수를 쳐주지는 못할망정, 폭력적인 반대시위를 일삼고 마침내 시장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드는 모습에서 분노를 느낀다. 묻고자 한다. 이번에 문제를 주도한 시민단체 인사들은 장차 어디에 가서 부모형제, 나아가 자신들의 시신을 불태우려 하는가.

김 시장은 어쩌면 이번 투표에서 시장 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김 시장은 너무 낙심 마시라. 당신은 옳은 일을 하다가 의롭게 퇴진한 시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아직은 세상에 살맛이 남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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