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입식품 검역체제 문제많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수입식품이 크게 늘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이 식품들이 먹기에안전한가의 여부를 따지는 일은 과거보다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부는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이번 호주(濠洲)산 「농약쇠고기」의 유 통파동을 봐도그렇다.호주정부는 지난 9~10월중에 수출한 동부산 쇠고기에서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검출됐다고 우리 정부에 통고했으나 그 쇠고기는 이미 유통중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사전 검역(檢疫)과정에서 우리는 농약 잔류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던 것이다.호주 정부의 통고가 없었다면 인체에 해로운지의 여부도 모르고 먹을뻔 한 것이 사실이고,이미 거의 다 먹었을지도 모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밀려드는 수입식품을 자세히 검사할 체제가 갖춰지지 않아서다.정부통계에 따르면 수입식품 신고건수는4년 사이에 2배로 늘어나고 있다.93년의 경우 9만건이 넘었다.같은 기간중 불합격처분(不合格處分)되는 사례 는 9배로 늘고 있다.검역이 강화되고 그 성과도 큰 것같지만 엄청나게 늘어나는 물량에 비하면 아직 역부족(力不足)이다.호주산 쇠고기만 해도 국내 수입쇠고기의 35%이상을 점하고 있으며,수입량도 4만여t에 이른다.이번 호주정부 통고를 계기로 이쪽 물량에 대한검역도 강화하려면 검사장비와 인원이 대폭 확충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한다고 했으나 유야무야(有耶無耶)되고 있다.농약 쌀,방부제 자몽등 사회적으로 떠들썩하게 문제가 제기됐을 때만 응급대책을 내놨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고 만다.수입식품의 65%가 몰리는 부산항에는 검역소 직원이 31명밖에 안된다.특히 잔류농약 검출등과 같은 정밀검사 능력을 갖춘 곳은 전국 13개 검역소 가운데 세군데에 불과하고 나머지는서류.관능(官能)검사밖에 못한다.검역소 직원들의 오관(五官)이특별히 발달됐을리도 없으니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첨단장비와인력보강을 서둘러야 한다.외국의 유해식품도 국내것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철저히 인식할 때가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