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글로벌 미디어 허브’ 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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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싱가포르가 ‘글로벌 미디어 허브(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세금을 감면해 주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각종 지원책을 편 결과 세계적 미디어 기업이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영국 BBC, 독일 ZDF, 중국 CC-TV 등 방송사와 ESPN·HBO·MTV 등 유명 케이블TV 업체가 이미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미국 디즈니·루카스필름 등의 영화사와 미국 AE, 일본 닌텐도·고에이·겐키 등 게임업체,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판사 및 미국 맥그로힐·블랙웰 등의 출판업체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렇게 각 분야의 대표 기업이 한군데로 모이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미디어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5년 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미디어산업 비중이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2002년(1.5%)의 두 배로 커지는 것이다. 또 2015년까지 미디어시장 규모가 100억 싱가포르달러(약 6조3700억원) 이상으로 커져 1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미디어산업의 육성은 미디어개발청(MDA)이 주도하고 있다. MDA는 싱가포르 업체가 외국 업체와 손잡고 영화나 드라마 등을 제작하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 싱가포르 업체들이 선진 제작기법을 빨리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다. MDA는 해외 합작 영화나 드라마에 종자돈을 주며 해외 판로 개척에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탄친남 MDA 회장은 “싱가포르를 글로벌 미디어 허브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기업, 국민이 모두 노력하고 있다”며 “미디어산업 성장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라 전망이 아주 밝다”고 말했다. 탄 회장은 “싱가포르가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데다 기업 친화적이어서 해외 기업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한국과의 협력사업도 다각적으로 펼치고 있다. 싱가포르 굴지의 영화사인 오크3필름은 한국의 중앙방송과 손잡고 필리핀 해적의 기원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아시아의 해적을 찾아서’를 한국어·영어로 만들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내년 2월 6일 한국에서 처음 방송한 뒤 세계 시장에 배포할 예정이다. 또 싱가포르 국영방송인 미디어코프는 한국 KBS, 일본 NHK와 함께 아시아 독립 제작사들이 만든 다큐멘터리 3편을 후원하고 있다.

싱가포르=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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