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300억대 재산 헌납하면 "공익재단 세워 장학사업 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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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재산 사회 헌납 입장을 밝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재산은 353억8000만원이다. 지난달 25일 후보 등록 때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재산 규모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서울 논현동 자택과 건물 3채 등 348억여원 규모의 부동산이다.

그의 부동산엔 현대그룹 재직 시 회사에서 받은 것이 많다. 논현동 자택(62억8000만원)은 1970년대 말 이 후보가 현대건설 사장 때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자택 겸 손님 접대를 위한 영빈관 터로 택지를 제공했다. 여기에 82년 자택을 지었다. 대지 673.4㎡(약 203평)에 건평 327.58㎡(약 99평)의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또 빌딩 두 채(209억여원)가 위치한 서초동 대지도 77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형 항만공사를 수주한 공로로 회사에서 특별상여금 대신 구입해 준 것이라고 한다.

이 후보가 이날 재산 사회 헌납 입장을 밝히면서 "제가 이룬 모든 것은 수많은 이웃과 동료의 도움으로 가능했다"고 말한 배경엔 이런 사정이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칸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집 한 채와 최소한의 먹고살 재산을 뺀 재산이 헌납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집 한 칸'은 논현동 자택을 말하는 것 같다. 논현동 자택엔 가회동 한옥마을에 사는 이 후보 부부 대신 둘째 딸 승연씨 부부가 거주하고 있다. 대지와 주택을 합쳐 62억원 규모인 이 집을 뺀 나머지 300억원대가 헌납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

◆헌납 재산 어디에 어떻게 쓰나=이 후보는 "(재산 사회 환원의) 방법과 절차는 주위의 좋은 분들과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대선이 끝난 뒤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고 귀띔했다. 박 대변인은 "대선이 끝난 뒤 각계의 명망가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위원회나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구체적 방안을 만들어 재산 헌납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납된 재산의 용처(用處)에 대해선 "이 후보가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을 겪었고 고학을 경험했기 때문에 장학재단을 만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청년 실업 해소와 '한국 젊은이들의 해외 진출'을 위해 이 후보가 내놓은 '해외 청년 봉사단 5년 10만 명 해외 파견'공약과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이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자신의 재산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별도의 가족회의 없었다"=이 후보의 재산 헌납 발표에 대해 이 후보뿐 아니라 부인 김윤옥씨의 결단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그동안 김윤옥씨와 가족의 반대 때문에 결심이 늦어진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이 후보가 이미 여러 차례 가족에게 재산의 사회 헌납 의사를 밝혀왔다"며 "김 여사와 상의 정도는 했겠지만 별도의 가족회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2000년대 초 고려대에 4억여원을 기부했을 때도 가족은 신문을 보고야 알았다"며 "이 후보가 어떤 결심을 하더라도 자녀들이 '왜 그랬느냐'고 항의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왜 이 시점에 이런 입장을 밝혔을까.

이 후보 측에선 "경선이 한창일 때 측근들이 재산 헌납 발표를 제안하자, 이 후보는 '지금 그걸 발표하면 표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말을 듣게 된다'고 화를 냈다"며 "BBK 의혹이 해소된 뒤에 해야 진정성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 안 돼"=이 후보의 재산 헌납은 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에 위반될까. 선관위 문병길 공보계장은 "구체적 대상을 지목하지 않고 사회에 헌납하겠다는 것은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서승욱.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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