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피아니스트 김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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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연습하느라 시간이 없지만 짬을 내어 시내에서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수영도 해요.』 피아니스트 김혜정(29).그녀는 무대 리허설 중이었다.인기척을 냈지만 연습 삼매경에 빠져 도저히 말을건넬 수 없었다.연습의 맥을 끊어 놓으면 안되겠다 싶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피아노 위에 놓여 있는 악보가 너덜너덜한 것으로 미 루어 얼마나 연습이 혹독했는지 짐작할만 했다.
김혜정은 지난 16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첫 독주회를 가졌다.10월28일 예후디 메뉴인 지휘의 영국 로열 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인한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프로그램은 스카를라티의 3개의 소나타,멘델스존의 엄격 변주곡,히나스테라의 소나타 제1번,드뷔시의 3개의 전주곡,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리스트의 파우스트 왈츠 편곡 등 매우 의욕적인 레퍼토리로 꾸며졌다.
이날 연주회는 예술의전당 음악당 로비가 비좁게 느껴질 정도로많은 청중들이 몰려 김혜정의 치솟는 인기도를 실감케 했다.음악평론가 이강숙씨는 『뛰어난 테크닉과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스케일이 큰 연주였다』며『세부적인 면에서 섬세성이 부족해 아쉬움이 남았다』고 평했다.
한국인 최초로 모스크바 음악원을 졸업하고 줄리아드 콩쿠르.쾰른 토마소니 콩쿠르.젤로 콩쿠르.마리아 칼라스 콩쿠르를 비롯,10개 이상의 국제 콩쿠르를 석권한 김혜정은 존경하는 음악가로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츠코를 꼽는다.
***모스크바 음악원 나온 才媛 『피아니스트로서 제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분은 줄리아드 음대 옥사나 야브론스카야 교수지요.러시아 악파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러시아 악파에 매력을 느껴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에프게니 말리닌을 사사하기도 했지요.』국제올림픽위원회(IOC) 김운용(金雲龍)부위원장의 딸인 그녀는현재 정경화 등이 소속돼 있는 세계 굴지의 IMG매니지먼트사에소속돼 있으며 뉴욕에 거주하면서 1년에 60회의 연주를 소화해내고 있다.
『즐겨 연주하는 작곡가요? 때에 따라서 다르지요.이제는 기교위주의 곡에서 탈피해 브람스.슈만.드뷔시 등 무거운 곡과 현대음악에 도전하고 싶어요.』 아직 레코딩보다는 연주에 주력하고 있지만 16일 저녁 예술의 전당 로비를 가득 메웠던 음악팬들은그녀의 새음반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李長職기자 사진:金允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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