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년 강제합병 인권마찰 內燃-유혈 치닫는 東티모르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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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도네시아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담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잔치마당에서 東티모르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있다.APEC회담을 계기로 인도네시아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자신들의 요구를 대내외에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東티모르 주민들 수천명이 13일 수도 딜리에서 대규모 시위를 개최했는가 하면 대학생 수십명은 美대사관을 점거하고 독립투쟁 과정중 체포된 지도자의 석방을 주장하며 이틀째 농성중이기 때문이다. 서방각국과 앰네스티등 인권단체들의 계속된 인권상황개선압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수하르토정권은 태연스러웠다.『국가발전과정에서 어느정도의 인권 탄압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그런 인도네시아를 東티모르인들의 봉기가 곤혹스럽게 만들고있다. 東티모르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약 2천㎞ 떨어진 티모르섬의 동부지역으로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오다 75년11월 독립한 곳이다.그러나 인도네시아는 독립 9일만에 이곳을 침입,27번째 州로 강제합병시켰고 이후 약2만여명의 군 대를 주둔시키며 20년 가까이 강압적으로 지배해왔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91년 수도 딜리에서 독립을 요구하는비무장 시위군중에 발포,수백명을 살상하며 국제사회의 거센 항의를 받았는데 75년이후 현재까지 대규모 학살과 경제봉쇄에 따른기근등으로 희생된 인명만도 20만명에 이르고 있다.
東티모르문제외에도 인도네시아는 지난 6월 시사 주간지 템포.
에디터.드티크의 폐간과 최대 노동조합 지도자 무크타르 파크파한무단 체포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었다.또 최근엔 APEC회담에 앞서 도시환경을 정화하는「청소작전」을 전개하 는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간주되는 학자.언론인.인권운동가들까지더불어 수도에서 추방해버리기도 했었다.
東티모르인들의 독립항쟁은 열악한 인도네시아의 인권상황을 부각시키면서 일단 세계의 주목을 끄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클린턴美대통령도 이같은 상황을 좌시해선 안된다는 강력한 여론에 직면해 APEC회담 참석때 인권문제를 반드시 거론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그러나 그것이 東티모르의 전반적인 상황개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1회적인 거론에 그치고 말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申藝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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