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 "사람이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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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한변호사협회는 4일 오후 전국의 지방변호사회 회장단을 소집해 '삼성 특별검사' 임명 문제를 논의했다.

이진강 변협 회장은 지난달 29일 전직 변협 회장들을 만나 특별검사 후보자에 대한 의견을 구한 바 있다. 변협은 오는 10일 열리는 상임이사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추천할 3명의 후보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변협은 현재 후보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변협은 ▶뛰어난 수사 및 조직 장악 능력을 갖추고▶사회적으로 두루 신망이 있으며▶삼성 관련 사건을 수임하거나 자문한 적이 없는 인물을 선정 기준으로 정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는 거물급 재조 출신 변호사들은 후보자 선정을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인사들이 이른바 '6대 대형 로펌'에서 일하고 있어 삼성 관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도 선정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따라서 후보자 선정 작업은 이진강 회장이 개인적 인맥을 활용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 관계자는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의도가 의심스러울 수 있고, 기준을 충족하는 사람은 억지로 시킬 수가 없으니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진강 회장 개인의 역량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회장은 최근 대학(고려대) 동기인 김각영 전 검찰총장을 만나 의견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 임명된 김 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현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해 취임 3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 회장은 또 검찰 재직 시절 친분이 있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의견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유성수 전 대검 감찰부장, 유창종 전 서울중앙지검장,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박재승 변호사를 추천한 상태다. 하지만 민변은 참여연대와 함께 삼성 의혹 사건을 고발한 당사자다. 이 점에서 민변 추천 후보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변협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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