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야기>10월초 우선주 파동 기대의 영향력 실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우리는 흔히「시장은 항상 옳다」,즉「주가는 미래에 일어날 불확실한 사건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사실은 주가가 미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편견을 반영한다는 의미에서「시장은 언제나 그르다」고 말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투자자들이 어떤 편견을 가지고 투자결정을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편견이 사건의 흐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사후적으로는 시장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정확히 예견한 것처럼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미래의 사건이 현재의 기대에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상이 저 유명한 퀀텀 펀드(관리자산 60억달러)의 주인 조지 소로스의 역설이다.
우선주 파동에 대한 정부의 초기 입장은 10월초 국회특감중 증권감독원장의 답변(강제조치는 증시자율측면에서 문제가 된다)에서 잘 나타났다.
그러나 그후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던 우선주들의 주가가 다시 곤두박질을 시작하자 증시 주변에서는 정부가 그 어떤 대책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더욱 커졌고 실제로 지난4일에는주가가 급등세로 돌아섰다.
이 시점에 와서 정부가 사태를 더이상 방치하다가는 증권시장의불안이 가중돼 나중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결국「안정방안」을 내놓게 만들었다고 추리해 볼수 있다.
즉, 시장의 기대가 그 기대를 실현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사람에 대한 영향력 때문에 결정의 방향을 바꾸게 한 전형적인 예를 연출한 셈이다.
어쨌거나『뾰족한 대책이 없다』또는『우선주 매입강제는 인위적인주가조작이 되고 보통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고 되풀이하던 당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의사결정을 했던,이를테면 대책을 발표하기 직전에 팔았거나 매수를 미루던 사람들은 물 먹은 결과가 됐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단순히 가격결정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이론적 또는 경제적 요소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다른 영향력있는 시장참여자들(정책당국도 포함)의 의견을 수집하고일반투자자들이 그들의 의견에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인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요컨대 현실적인 투자결정과정은 진공상태에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강제하는 것도 아니라 서로 영향을주고 받는 것이다.매우 복잡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쩔 수 없다.
『나도 다른 사람만큼 많은 실수를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나은점은 내 실수를 빨리 알아차리는데 있다』고 말한 소로스의 지적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權成哲전문위원.經博〉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