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철의 전쟁’ 전남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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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FA컵 우승을 차지한 전남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서 둘째 샴페인 세례를 받는 사람이 허정무 감독. [사진=임현동 JES기자]

쇳물처럼 뜨거웠던 ‘대장간 형제’의 맞대결에서 광양벌 아우가 크게 웃었다.

  전남 드래곤즈가 ‘제철가 형님’ 포항 스틸러스를 꺾고 하나은행 FA(축구협회)컵 2연패를 달성했다.

 전남은 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결승 2차전에서 주장 송정현이 2골을 터뜨리는 수훈에 힘입어 포항을 3-1로 눌렀다.

 1차전에서 3-2로 재역전승했던 전남은 2연승으로 2회 연속 우승컵을 안았다. 전남은 우승상금 2억원을 받았고, K-리그 우승팀 포항과 함께 내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됐다.

이기겠다는 의지와 투쟁력에서 전남이 앞섰다. K-리그 우승컵을 차지한 포항은 ‘더블 크라운’을 노렸지만 전의(戰意)가 전남만 못했다.

 전반 14분 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진 포항 주장 김기동이 교체 아웃되고 오승범이 들어왔다. ‘중원사령관’ 김기동이 빠져나가면서 주도권은 전남으로 넘어갔다.

전반 35분 전남이 역습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하프라인 오른쪽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잡은 송정현이 수비 한 명을 제치면서 페널티 지역으로 파고들어가 강슛을 날렸다. 볼은 오른쪽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포항 파리아스 감독은 후반 시작하면서 최전방의 슈벵크를 빼고 재간이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 황진성을 투입했다. 선수 교체는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후반 2분 오승범의 중거리슛이 골키퍼 맞고 나오자 쇄도하던 황진성이 가볍게 밀어 넣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포항 스틸야드는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동점이 되면서 포항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포항은 후반 6분 ‘특급 조커’ 이광재를 투입해 역전골을 노렸다.

포항의 파상 공격이 이어졌지만 전남은 임관식·백승민 등 미드필더를 교체 투입하며 용케도 버텼다. 후반 35분 전남에 다시 기회가 왔다. 김치우가 왼쪽에서 중앙으로 크게 휘는 크로스를 올렸고, 송정현이 오른발을 살짝 대 포항의 골문을 열었다. 사실상 승부가 끝났지만 전남은 3분 뒤 백승민의 패스를 산드로가 통렬한 왼발슛으로 연결해 확실하게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전남 미드필더 김치우는 최우수선수(상금 300만원)에 선정됐다.

포항=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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