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대선 뇌관 해체' 검찰 막바지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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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시작한 'BBK 의혹'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다. 김경준(41.전 BBK투자자문 대표)씨에 대해 5일까지는 기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표 일시와 방법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검찰은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이나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대략적 윤곽은 예측이 가능하다.

◆4일 발표가 유력=수사팀은 수사 결과 발표에 대비해 '스탠바이(stand by)'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지휘부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실행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수사팀은 2일 김씨에 대한 공소장 초안 작성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대부분의 수사가 종결된 것을 의미한다.

3일에는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대검찰청의 간부회의가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이 자리에서 발표 시기와 방법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또 이날 중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명동성 지검장과 김홍일 3차장검사를 불러 발표 형식과 내용을 논의할 가능성도 크다. 임 총장은 최근 발표 시기와 형식에 대한 법조계.언론계의 여론을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일은 4일이 유력하다. 대선(19일)에서 정확히 보름 남은 날이다. 이날 발표한다면 김씨에 대한 기소 시한까지 발표를 미루지 않음으로써 "수사 결과를 빨리 발표하라"는 정치권의 요구에 부응하는 듯한 모양새도 갖출 수 있다.

3일 발표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수사 내용에 대한 보안 문제 때문에 발표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내부 회의를 거치다 보면 수사 내용이 상당수 간부에게 알려지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검찰, 발표 수위 조절에 고민=검찰은 수사 내용 공개 범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는 것 ▶김씨에 대한 기소 내용을 공개하며 이명박 후보에 대한 기소.불기소 여부와 간단한 사유를 밝히는 것 등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있다. 검찰은 현재 후자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의 핵심 내용은 ▶이 후보의 BBK 실소유 여부 ▶이 후보의 김씨 주가조작.횡령 연루 여부 ▶㈜다스의 BBK 투자금 190억원의 실체다.

수사팀은 김씨 측이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며 제시한 이른바 '한글 이면계약서'가 조작됐다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 시점이 문서상의 날짜와 다르고, 이 후보가 BBK에 투자한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주가조작과 횡령 연루에 대한 결론은 아직 알려진 게 없다. 직접적인 연루 증거는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이 후보가 BBK 운영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스의 투자금(190억원, 이 중 50억원은 돌려받음) 부분은 "이 후보의 돈이며, 이는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라는 김씨 측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한다. 김홍일 차장검사는 2일 브리핑에서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에 대한 수사는 이미 8월에 끝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90억원이 ㈜다스의 돈인지, 이 후보의 돈인지를 확인했을 뿐 이 후보의 ㈜다스 실소유 의혹에 대한 재수사는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도 수사 결과 발표 때 포함되나.

"발표 내용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도곡동 땅 건은 8월 13일에 사건 처리를 했다."(김 차장검사)

-이번에는 수사를 안 했다는 것인가.

"처리한 사건을 왜 다시 수사하나."(김 차장검사)

◆발표 형식은=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때 보도자료를 내고 공식 브리핑을 할지, 김씨 기소 내용을 알려주는 보도자료를 내고 간단하게 말로만 설명할지를 놓고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브리핑을 한다면 카메라 촬영이 가능하지만 약식 브리핑으로 처리할 경우 촬영은 허용되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발표문을 읽고 질의 응답은 간단하게 하는 공식 브리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02년 이른바 '병풍 사건' 때 검찰이 취했던 형식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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