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펀드 판매 1개월 수익률 -4.3% … 약세장서 비교적 선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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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23면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가 출범한 지 꼭 한 달을 맞았다. 11월 펀드시장은 인사이트펀드의 돌풍으로 뒤흔들렸다. 10월 31일 닻을 올린 인사이트펀드는 불과 한 달 만에 4조5000억원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금융시장의 블랙홀로 작용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자금 부족에 허덕일 정도였다.

인사이트펀드는 최근 시중 금리 상승에 한몫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만큼 잘나가다 보니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받았다. 자금의 쏠림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급기야 금융감독 당국이 정기검사를 구실로 미래에셋을 집중 관찰하기에 이르렀다. 금감위 관계자는 쏠림현상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인사이트펀드는 덩치뿐만 아니라 운용 측면에서도 일찍이 볼 수 없었던 펀드다. 자산운용사의 판단에 투자대상 지역과 포트폴리오가 전적으로 좌우되는 국내 첫 펀드다.
인사이트펀드는 경쟁사들을 자극했다. 미래에셋의 돌풍에 맞서기 위해 삼성투신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이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를 잇따라 내놓았다.
 
인사이트펀드, 한때 9% 까먹기도

인사이트펀드는 출범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이 펀드가 첫선을 보인 10월 31일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2064.85)를 찍었고, 다음날부터 급속히 미끄러졌다. 지난 한 달 새 코스피지수는 7.7% 떨어졌다. 중국 증시를 필두로 해외 주요국 증시의 주가도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인사이트펀드의 수익은 한 달 내내 마이너스를 맴돌아야 했다. 지난 11월 25일에는 급기야 수익률이 -9.04%까지 곤두박질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증시의 회복세에 힘입어 11월 30일 현재 수익률은 -4.31%로 올라섰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의 코스피지수가 7% 이상 떨어졌고, 국내 성장형펀드의 수익률이 -9%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인사이트펀드가 벤치마킹하는 MSCI 월드 인덱스가 같은 기간 3.13%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좋지 않은 성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임명재 홍보팀장은 “인사이트펀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홍콩 H지수가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펀드 수익률이 벤치마킹 지수를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사이트펀드의 자산 구성을 보면 글로벌 주식이 70%가량인 가운데 국내 주식은 이 중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주식은 중국(홍콩 포함)과 인도·동유럽 쪽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인사이트펀드의 인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 시들해지는 모습이다. 출시 보름 만에
판매액 4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이후 보름간은 5000억원어치가 더 팔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미래에셋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가 회복 흐름을 지속하면 자금 유입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잇단 대항마의 출현

인사이트펀드는 시장 예측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가령 브릭스(BRICs) 지역의 주식이 유망하다는 판단이 서면 이곳에 대한 주식 비중을 확 늘릴 수 있다. 글로벌 증시가 비관적이라면 채권이나 상품 선물 등으로 자금을 신속하게 돌리는 게 가능하다.

펀드는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리츠·상품 선물·대안 투자·펀드 재간접 투자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자칫 시장과 엇박자를 내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글로벌 자산배분(일명 스윙) 펀드를 표방한 인사이트펀드가 인기를 끌자 대항마 펀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사이트펀드에 가장 앞서 도전장을 낸 곳은 삼성투신운용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15일 ‘삼성 글로벌자산배분재간접펀드’를 내놓았다. 이 펀드는 성장형과 안정형의 두 가지로 나뉜다. 성장형은 글로벌주식 50% 이하,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 채권 펀드·글로벌 리츠에 50% 이하를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안정형은 글로벌 주식에 30% 이하만 투자하고 선진국 및 개도국채권펀드·글로벌 리츠에 70% 이하를 투자한다. 인사이트펀드가 아무 제한 없이 주식에 100%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점과 대조를 이룬다.

삼성투신 상품개발실 김경일 과장은 “장기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주식 비중에 제한을 뒀다”며 “외국의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들도 대개 이런 전략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11월 15일부터 30일까지 성장형 -0.36%, 안정형 -0.29% 등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한 셈이다.

지난달 26일 설정된 하나UBS의 ‘글로벌포트폴리오재간접펀드’는 주식 투자 비중이 미래에셋과 삼성의 중간 선이다. 안정형의 경우 주식 비중 65%, 채권 비중 35%로 구성됐다. 성장형은 주식 비중을 75.5%로 높였다.
 
성장성 vs 안정성 경쟁

인사이트펀드는 경쟁 펀드들에 비해 성장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특정 투자대상에 대한 비중을 설정하지 않아 돈 되는 곳에 집중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목표 수익률에 대한 언급도 없다. MSCI 월드 인덱스를 추종한다고 밝힐 따름이다. 미래에셋 김승길 이사는 “인사이트펀드를 미래에셋의 대표 성장형 펀드인 디스커버리펀드의 ‘해외판’으로 봐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삼성은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투신 김경일 과장은 “우리 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장기간 추구하고 있다”며 “안정형의 경우 연 10%, 성장형은 연 15%를 목표 수익률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국내 펀드에서 이미 고수익을 챙긴 투자자라면 안정적인 펀드로 갈아타 수익 굳히기에 들어가는 게 좋을 것”이라며 “그런 투자자금의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UBS 상품개발팀 황진수 부부장도 “UBS가 운용하고 있는 원래 펀드는 25년간 연평균 13%의 수익을 거뒀다”며 “우리 펀드는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에게 적합한 펀드”라고 소개했다.

이 세 펀드의 운용 스타일도 다르다. 인사이트펀드는 한국과 홍콩·싱가포르·영국·
인도 등 미래에셋의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들로 구성된 ‘글로벌 투자전략위원회’에서 직접 관리·운용한다.

반면 삼성 글로벌자산배분재간접펀드와 하나UBS 글로벌포트폴리오재간접펀드는 말 그대로 재간접 펀드다. 해외 유수의 운용사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즉 삼성 펀드의 경우 주식 부분은 미국 웰링턴자산운용이 운용을 맡는다. 또 리츠는 호주 AMP가 운용하고 채권은 선진국 채권펀드에 투자하는 식이다. 하나UBS는 스위스 UBS 본사 산하의 글로
벌 인베스트먼트 솔루션(GIS) 조직이 운용을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 펀드가 직접 경쟁관계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 성격도 갖고 있다”며 “여러 펀드에 골고루 돈을 넣는 분산형 투자도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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