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늘 ‘핏빛 악순환’ -데스 센텐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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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14면

사적인 복수는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 보험회사 간부로 근무하는 평범한 가장 닉(케빈 베이컨)은 사랑하는 아들 브렌든을 눈앞에서 잃어버린다. 갱단에 입회하기 위한 신고식으로 아들이 희생되었고, 자신이 목격자 증언을 해도 범인은 기껏해야 3년에서 5년 정도 감옥에 있다 나온다는 것을 안 닉은 증언을 포기한다. 그리고 범인의 집에까지 쫓아가 그를 죽이고 만다.

법이란 과연 공정한 것일까? 닉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자에게 내려지는 처벌이 전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닉은 차라리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복수를 택한다. 치밀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던 탓에, 가족이자 동료를 잃은 갱단이 다시 닉과 가족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적인 복수는 다시 피를 부르게 된다. 끊임없이 복수는 순환하고 모든 것이 파국으로 달려간다.

30대의 독자라면 아마도 찰스 브론슨 주연의 ‘데스 위시’를 기억할 것이다. 공적인 법의 집행보다는, 사적인 복수를 찬양했던 잔혹한 하드보일드 영화. ‘데스 위시’의 원작자가 바로 ‘데스 센텐스’의 원작자인 브라이언 가필드다.

‘데스 위시’와 ‘데스 센텐스’는 모두 법 대신 복수를 택한 가장의 이야기이지만, ‘데스 위시’가 폭력에 중점을 둔 것에 비해 ‘데스 센텐스’는 파괴되는 가족의 모습에 눈을 돌린다. 닉만이 아니라 갱단의 보스인 빌리(거렛 헤드룬드)의 가족 역시 마찬가지로 박살이 나버린다. 그들은 순간적인, 감정적인 결정으로 복수를 시도하고, 그 결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닉이 갱단에 쫓기면서 거리로, 주차 빌딩으로 이어지는 추격 시퀀스는 제임스 왕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사실적이고, 힘이 넘친다. 데뷔작 ‘쏘우’의 재기와 박력은 ‘데스 센텐스’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되고 있다.

또한 ‘쏘우’와 ‘데스 센텐스’의 인물은 모두 극단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운명처럼 그들이 선택한 길은 파멸로 치닫는다. 소시민이었던 닉이 살인자로 변하는 모습은 끔찍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그것은 곧 우리들의 숨겨진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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