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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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14면

사치에는 헬싱키 항구의 살찐 갈매기들을 보다가 어릴 적 키웠던 뚱뚱한 고양이를 떠올렸다. 일본을 떠나온 그녀가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세운 가게의 이름은 그래서 ‘카모메(‘갈매기’란 뜻)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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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손님 한 명 없어도 개의치 않는 그녀는 첫 손님이란 이유로 한 백인 청년에게 공짜 커피를 매일 제공하면서 싫어하는 내색 한 번 없다. 어쩌다 들른 서점에서, 무턱대고 핀란드를 찾은 미도리와 말을 나눈 사치에는 가게를 함께 꾸려나가기로 한다. 그리고 얼마 후, 사치에는 창밖에 서 있는 일본 중년여성을 보게 된다.

‘카모메 식당’을 본 뒤엔 누구나 세 가지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맛깔스러운 음식, 향기로운 커피, 따뜻한 마음. 핀란드에 있는 주먹밥 식당이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카모메 식당’은 작지만 단아하고 알찬 식당처럼 화려하지 않으나 은근한 향기가 적잖은 울림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얼마 전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다음 작품 ‘안경’이 개봉되었는데, 두 영화의 공통점을 요약하면 ‘도피하는 자의 느긋한 정서’라 하겠다. 하긴 누군들 욕심 부리지 않고 느리게 살고 싶지 않겠느냐만, 미래를 위해 뼈가 휘도록 고생하는 사람에게 그런 건 팔자 좋은 인간들의 놀음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순진함이 마음에 걸려서 그랬는지, 감독은 인터뷰에서 “극장에 있는 100분 동안만이라도 현실에서 벗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에 소개되는 핀란드의 풍경은 ‘카모메 식당’을 보는 또 다른 묘미인데, DVD에서도 그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부록으로는 예고편 외에 ‘감독 인터뷰’(11분)를 수록했다. 일본 인디영화 페스티벌에서 관객과 나눈 대화를 담은 것으로 제작배경·배우·캐릭터·원작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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