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산성 엔高이후 산업공동화로 존립 위기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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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의 전후 산업부흥을 주도해왔던 日통산성이 최근 스스로의 존재의의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12월21일 도쿄의 가스미가세키(관청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런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 담당자가 말했다.『합병 발표를 3일후에 한단말입니까.통산성에는 언제 통고했습니까.』 『내일 할 예정입니다.』(닛케이비즈니스 10월24일자)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한당사자는 24일 합병발표를 앞둔 미쓰비시화성(化成)과 미쓰비시유화(油化)관계자들.통산성이 개입할 경우 시일을 끌면서 정보 유출의 부작용만 일으킬 것이라는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일본의 석유화학업계는 통산성의 비호 아래 성장해온 대표적인 업종.그런 업계의 대형 합병에 대해서조차 주무부서인 통산성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민간기업이 요즘의 통산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었다 .
전후의 부흥기와 고도성장기를 통해 日통산성은 국가적 리딩산업의 육성에 온 힘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90년대들어 캐치프레이즈가 「소비자(국민)의 풍요로운삶」으로 바뀌면서 여지껏 생산자 위주의 정책에 매달려 왔던 통산성이 체질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체질 전환을 강요하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경상흑자 확대로 인한 엔高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초래되는 산업공동화도 통산성의 위기감을 확대시키고 있다.일례로 일본기계수출조합이 지난8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자.기계.자동차는 92년도부터 94년도에 걸쳐 일본내 생산이 8%나 줄어든 반면 해외생산액은 무려 32%나 늘어난 정도였다.
이에따라 각종 산업규제를 풀어 고비용 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공동화를 메워줄 신산업 창출의 도모가 시급해졌다.그래서 등장한것이 각종 규제의 완화책이다.
구마노 히데아키(熊野英昭)통산성 사무차관의 『규제완화를 통해생산성이 낮은 분야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으며 새로운 산업구조를만들어 내기위해서도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기능의 강화가 중요한 기둥이 된다』는 논리도 이와 같은 맥락.이와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것이 국내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허용해왔던 카르텔 관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다는 것.경제활동이 국제화되면서 일국내에서의담합 행위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매우 역설적이다.그동안 산업계를 리드하거나 시장에 개입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목적을 달성해온 통산성이 스스로의 존재의의를 부인하는 결과를 빚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라가 기업을 육성하는게 아니라 기업이 나라를 선택하는 시대다.기업환경이 나쁘면 떠나면 그만이다.다시말해 나라가기업을 향해 무엇을 한다기 보다 정부가 얼마나 부가가치가 높은사업을 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가가 중 요하다.통산성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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