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차베스 입 닥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차베스는 현행 재임까지만 가능한 헌법을 고쳐 연임 제한을 아예 없앤 개헌안을 내놓아 2일 국민투표가 치러질 예정이다. 시위 참가자들은 반차베스를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옷을 맞춰 입은 채 국기를 흔들며 "이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카라카스 AP=연합뉴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없애는 베네수엘라의 개헌안이 2일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현행 헌법은 임기 6년에 두 번 연임만 허용하고 있다. 개헌안은 또 대통령에게 중앙은행 통제권을 부여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한층 강화했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베네수엘라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29일 수도 카라카스에는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개헌안 반대 시위를 벌였다. TV에선 차베스 지지자와 반차베스 측 군중이 충돌을 빚는 장면도 방영됐다.

시위에 모인 시민들은 "개헌안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를 하자는 것"이라며 "베네수엘라를 쿠바에 버금가는 독재국가로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 중에는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 국왕이 차베스에게 한 말인 '입 닥쳐'라는 문구를 쓴 티셔츠를 입고 나온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차베스 지지자들은 개헌안이 차베스식 개혁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개헌에 대한 찬반 여론은 엇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민간 여론조사기관 '힌테르라세스'는 44.6대 30.8로 개헌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데이터어낼리시스'의 조사에서도 46대 45로 반대 여론이 약간 높게 나타났다.

과거 베네수엘라 선거와는 달리 이번 국민투표에는 공정성을 감시하는 국제 기관이 초청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다른 쪽이 흔쾌히 승복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예측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