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골프규칙>빈 상금봉투 공개로 벌금 물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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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프로는 자기자신을 상품화시켜야 한다.때로는 갤러리들을 환호시킬 수 있는 적절한 쇼맨십과 기지 넘치는 유머감각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때로는 정도가 지나쳐 불이익을자초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78년 프렌치오픈 골프대회 때의 일이다.폐회식이 끝난뒤대회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상금이 든 봉투를 나눠주고 있었다.그런데 영국의 마크 제임스는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5위를 차지해 3천2백30달러가 든 상금봉투를 받아든 제임스는 봉투를 입에 대고 바람을 불어넣어 속을 살펴보았다.봉투안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았다.제임스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속이 텅빈 봉투를 대회 관계자에게 보여주었다 .
그러나 제임스에게 돌아온 것은 못받은 상금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4백75달러의 벌금이었다.유럽투어 사무국장이었던 켄 쇼필드가 『골퍼로서 비신사적인 행동을 했다』며 벌금을 부과했던 것.
그당시 선수들은 대회 폐회식날 갤러리들을 위한 전시용으로 상금액이 표시된 빈 봉투만 건네받고 상금은 그 다음날 수령하는게관습이었다.제임스는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갤러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투를 열어보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했 다는게 「벌금형」의 이유였다.그때까지 갤러리들은 선수들이 받는 봉투가 빈 봉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제임스가 벌금을 받은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한번은 퍼터를 나무에 집어던진 혐의로 1백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진 전과가있다.『나는 멀리 연못에 집어던지려고 했다.그런데 공교롭게도 나무에 맞고 말았다.』 제임스는 두번의 전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는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그러나 아무리 기지와 재치가 번뜩인다 해도 골프에서 비신사적인 행동은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골프는 규칙과 매너를 지키는데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金鍾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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