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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선생이 알았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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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8일 건설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하 지리원)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지리원이 2년 전 제작한 '대한민국주변도'에 백두산을 중국령으로 표시했다는 중앙일보 조인스닷컴의 이날짜 온라인 보도가 나간 직후 직원들은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정신이 없었다.

네티즌의 비난 댓글도 빗발쳤다. 권무룡씨는 조인스닷컴 홈페이지에 "국가적인 큰 실수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댓글을 달았고, 조현권씨는 "책임자의 문책, 인터넷으로 배포된 지도에 대한 정확한 추적과 함께 공식 사과문 및 정정문 발표가 있어야 한다"고 분개했다.

문제가 커지자 지리원은 홈페이지에 올려놓았던 문제의 지도를 서둘러 삭제했고 그 자리에 '업데이트 중'이라는 안내문을 올리는 등 응급 처방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의 항의가 끊이지 않자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실수를 인정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또 이미 발행된 지도의 '리콜'에 착수했다. 제작.배포한 지도 1000부를 리콜하는 것은 지리원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리원의 이번 실수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예산 부담을 덜기 위해 문제의 지도 작성에 전산기법을 사용치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의 지도는 한.중.일 3국에서 이미 발행된 3종의 지도를 단순 조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져 백두산을 중국령으로 포함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지리원 측은 "이른 시일 내에 정확하게 지도를 다시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업체가 제작을 맡고 우리는 감수만 했다"며 슬그머니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지도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더구나 문제가 된 지도의 경우처럼 내외국인용일 경우 자칫 국가의 이미지와 신뢰성에 먹칠을 할 수 있다.

시일을 서두르기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첨단 기술을 최대한 동원해 정확한 지도를 제작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기존에 발행된 지도들을 다시 점검해 보는 일도 필요하다.

지리원 관계자들은 이번 실수를 교훈 삼아 국가의 영토를 표시하는 중차대한 업무에 부족함이 없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용범 디지털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