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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휴전선 北병력 철수 관철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北韓)이 미국(美國)과 완전한 외교관계를 수립하려면 휴전선 부근에 집중돼 있는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고 북-미(北-美)협상의 미국측 대표였던 갈루치 핵(核)대사가 1일 밝혔다.북한과 미국의 제네바 합의에 따라 곧 있게될 양측의 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한 전문가회담을 앞두고 나온 그의 이러한 발언은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한관계의 장래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휴전선 부근에 북한이 1백만 병력의 60%를 집중 배치해놓은데 대해 미국측이 관심을 보인 것은 비단 이번 뿐은 아니다.바로 얼마전 한국을 방문했던 페리 미국방장관도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문제에 우려를 표시하며 감축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이는 미국정부가 북한의 핵문제 뿐 아니라 중무장한 북한의 공격성에도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카드를 활용해 경제적 실리(實利)도 얻어내고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정치적 이득까지 얻어 내려고 노력했으며,또 어느정도 성과를 올렸다고 볼 수 있다.그러나 갈루치대사의 북한 재래식 병력에 대한 발언은 적어도 북-미 수교(修交)문제에 관한 한 그들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갈루치 대사의 발언은 일단 핵문제 해결을 위한 타결점을 찾은시점에서 미국이 종래 북한과의 대화조건으로 내세웠던 원칙들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그 조건에는 핵문제와 북한의 휴전선 부근 병력 감축외에도 공 격용 미사일 개발및 수출의 중단,북한내 인권의 개선등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휴전선 부근에 집중배치된 북한 군사력의 철수를 요구한갈루치 대사의 발언은 북한과 미국이 관계정상화를 하려면 거쳐야할 당연하고도 자연스런 수순(手順)이다.이러한 미국의 대북(對北)수교원칙이 지켜져 병력 감축이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한 관계개선에도 더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미국정부는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에서 이 원칙들을 하나 하나 관철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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