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등 국내보다 임금낮아 유럽진출급증 日주춤한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아시아의 호랑이들」이 유럽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날로 활발해지고 있는 한국.대만 등 아시아개도국들의 유럽진출에 대해근착(近着)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紙는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이같은 「역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다.
해외진출 하면 최근까지도 高임금과 강력한 노조를 배겨내지 못한선진산업국의 제조업체가 임금이 싸고 노조가 약한 개도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말했다.
이 신문은 이러한 반전의 예로 삼성그룹의 영국진출을 지적하고있다.삼성은 최근 7억 달러를 들여 영국에 대형공단을 조성,전자레인지에서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삼성의 全제품을 생산키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 말고도 럭키금성,인도네시아의 텍스마코그룹,홍콩의 QPL인터내셔널 홀딩스社 등 많은 아시아기업들이 유럽진출을 추진중이다. 삼성의 영국진출논리는 간단하다.국내보다 영국에서 생산하는것이 비용이 싸게 먹히기 때문.시간당 6달러인 삼성의 노동비용은 국내나 영국이나 같다.그러나 삼성전자 영국현지법인(SEMUK.SEUK)의 배찬(裵璨)법인장은 2~3년내 한국 의 임금은더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한다.한국은 고임국이요 영국은 저임국이란 얘기다.아시아기업들의 유럽진출엔 또 국내부품조달 및 反덤핑법규등 유럽연합의 역내(域內)협조체제도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이 신문은 삼성의 영국진출은 아시아의 호랑이들이 이제 어느 시장에서든 미국.유럽이나 일본을 격퇴시킬 태세가 돼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개도국들이 미국시장공략에 이어 유럽에 진출하려는 것은 한편으론 일본에 대항,지구적인 「제국」을 건설하려는 야심의 발로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일본이 산업의 국제화 전선에서 주춤거리는 사이 한국의 대기업을 비롯해 아시아기업들이 그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이들 아시아기업은 유럽을 지구적인 퍼즐게임의 마지막 조각으로 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89~90회계연도에 1백48억달러였던 일본기업의 對유럽투자액은 92~93회계연도엔 71억 달러로 떨 어졌다.
주영(駐英)한국대사관의 유영상(劉永祥)상무관은 『한국경제의 경우 지나치게 美.日의존적이라 여타지역으로 협력관계를 다변화할필요가 있다』며 그 핵심은 유럽이라고 지적했다.
비일본계 아시아기업들의 세력이 유럽에서 지배적인 것은 아니다.아시아자본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영국의 경우에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국가의 직접투자는 전체투자액의 1% 미만에 그치고 있다.그러나 증가세는 괄목할 만하다.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10년전만 하더라도 11억달러에 불과했던 아시아개도국들의 해외직접투자액은 지난해 1백90억달러로 뛰어올랐다.
유럽에 상륙하는 아시아업체들이 대기업만은 아니다.전기모터를 생산하는 대만의 중소기업 테코전기기계는 지난해 영국 맨체스터에종업원 40명 규모의 아담한 공장을 차렸다.6년내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테코로선 유럽시장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북미와 아시아에서 이미 공장을 가동중인 테코의 론 래그함 유럽현지법인이사는 당연히 『다음 차례는 유럽』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李必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