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구에 1가구는 '백수 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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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사당동에 사는 김모(56)씨는 3년 전 직장을 그만뒀다. 퇴직 후 친구와 사업을 벌였다가 퇴직금만 날린 뒤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다. 가계는 아내가 식당 허드렛일을 도와주고 받아 오는 돈으로 근근이 꾸리고 있다. 그나마 두 자녀가 학교를 모두 졸업해 교육비 걱정이 없는 게 다행이다.

김씨는 "사업을 다시 해 보고 싶지만 가족들이 가만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며 반대하고, 취업을 하자니 수위 자리도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처럼 뚜렷한 직업 없이 놀고 있는 '무직 가구'가 전체 가구의 16%에 육박하고 있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전국 가구 중 가구주가 무직인 가구가 15.57%로 집계됐다. 올해 총 가구 수(7월 1일 기준)가 1641만7000가구임을 감안하면 255만6000가구가 무직 가구인 셈이다. 무직 가구 비율은 지난해 3분기 14.69%에서 1년 만에 0.88% 상승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국내 총 가구 수가 1615만8000가구였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무직 가구는 237만4000가구로 일 년 사이 18만2000가구 늘어난 셈이다.

무직 가구는 가구주가 직업이 없어 직접적으로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을 얻을 수 없는 상태로, 배우자나 자녀가 생계에 보탬을 주거나 정부 지원금에 의지해 생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분기 기준 무직 가구의 평균 가족은 2.7명, 가구주 연령은 59.81세였다. 매달 163만9000원을 소비지출에 쓰고 24만1000원을 세금이나 공적 연금, 사회보험 같은 비소비지출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국내 고용률이 60%대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는 사이 구직을 단념하는 이들이 늘면서 무직 가구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 하반기 들어 경기가 다소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 고용시장에까지 온기가 퍼지지는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 10월 고용률은 60.4%로, 지난해 같은 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구직 활동을 아예 단념한 비 경제활동인구는 같은 기간 1462만1000명에서 1480만8000명으로 18만7000명 늘었다.

송 위원은 "인구는 빠르게 고령화하는데 기업은 정년을 늘리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여성 취업이 늘고 있는 것도 무직 가구주가 증가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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