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파병 통과' 키르쿠크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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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군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을 13일 국회가 통과시킨 데 대해 이라크인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추가 파병안이 확정된 직후 알자지라.알아라비야 등 대부분 아랍 위성방송에 '한국 국회 3천명 파병 동의'속보가 등장했지만 놀라는 모습은 거의 없었다.

국회 동의 수시간 뒤 통화에서 이라크 전략문제연구소 사둔 알둘라이미 소장은 "한국의 안보상황 및 북한 핵문제가 결부된 사안인 만큼 언젠가는 국회 표결을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장은 그러나 "국회 동의를 얻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파병 세부사항을 철저히 준비하고 이라크의 민심을 얻기 위한 대대적 홍보 사업을 즉각 시작해야 한다"며 "키르쿠크가 이라크 내 민족분쟁의 중심지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한국군 관계자는 명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파병 예정지인 키르쿠크의 시민들은 한국 국회의 파병 결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군의 일정.활동계획.주둔지 등을 문의하기도 했다. 키르쿠크 종교국의 셰이크 알리 부국장은 "한국군 파병이 점령 상황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부국장은 "파병 결정 보도 직후 많은 사람이 내가 한국인과 '친하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정보를 물어오고 있어 전화받기가 바쁘다"고 말했다.

'이라크 투르코만 전선'에 전화를 걸자 휴일(금요일)임에도 수브히 사비르 회장 및 간부들이 나와 한국군 파병과 관련,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사비르 회장은 "한국군이 빨리 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쿠르드족과 타 민족의 민족분쟁에 중재를 서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한국군 파병 반대 목소리도 작지 않다. 키르쿠크주 수니파 중심지 하위자 출신인 무흐신 알나지는 "한국군이 미군보다 나은 것은 부정하지 않지만 점령에 협조하는 세력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군에 협조하는 이라크 경찰도 공격받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목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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