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등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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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등뒤’-이화은(1947~ )

- 아들은 요즘 뭐하시나?
- 전에 하던 거
- 전에 뭐했는데
- 놀았어

마흔이 다 된 아들이 어머니와 어머니 동무의 주거니 받거니를 등 뒤로
듣고 등이 다 듣고 등이 시려, 그 등짝에 박힌 얼음이 십수 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는다는데
제 등골의 얼음골에 숨어 더운 한 시절 아직도 잘 놀며 지낸다는데


휴가가 아니다. 쉬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등지고 득도를 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논다. 전에 하던 거 지금도 하는 마흔의 아들. 등이 시린 아들 지금 많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내리는 심각한 온난화에도 녹지 않고 더 꽁꽁 얼고 있는 등이 세상을 향해 무슨 소리라도 하고 싶을까.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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