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부실방지 대책회의 虛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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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우석(金佑錫)건설장관은 29일 오전 건설부 청사에서 건설업계 대표 2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부실방지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몹시 화를 내고 있었다.
우선 그는 부실시공을 관리.감독할 업무를 맡고 있는 부하직원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건설장관에 취임해 보니 건설공무원들이 치밀하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과거 건설업계와 맺어놓은 친분때문인지 매사를엄정하고 매섭게 처리하지 못했다.장관이 다그쳐도 1년이면 떠나가겠지 하는 잘못된 인식아래 적당하게 넘어가려 했 다.바로 이것이 복지부동이다.』 그는 공무원들의「적당주의」에 맹공을 퍼부으면서 『눈뜨고 도둑맞은 처참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는 말로 최근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그는 건설업계 대표들에게도 할말이 많은 듯 싶었다.
성수대교 사고를「앞이 캄캄하고 허탈하기 짝이 없는 사고」로 규정한 金장관은『앞으로 부실과 관련해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엄정하게 다루겠다』고 덧붙였다.
건설과는 거의 인연이 없다가 지난해 토지개발공사 사장으로 건설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은 뒤 부실공사 추방을 독려하다가 대형사고를 맞은 金장관으로서는 역대 어느 건설장관보다 더 비장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날과 같은 행사는 비단 과천이 아니고 건설부가 아니더라도 과거 누차에 걸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열리곤 했다는것을 다른 누구보다도 이날의 참석자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이날 행사에 불려온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金장관이나건설부 관계자들보다 더 할말이 많았을 지도 모른다.
예컨대 이날 건설업계 대표들은 앞으로 공기지연등의 책임소재가정부등 발주기관에 있을 경우 시공업체의 손실을 정당하게 인정해줄 것등을 요구했는데 아직까지 그같은 억울함을 시정하고 질타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가 소집된 적은 없었다.
궐기대회류(類)의 다짐으로 제도가 개선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만의 하나 이날의 집회가 「일방통행」으로 참석자들에게전달됐다면 그 또한 집회의 의미를 반감시키고도 남을 일일 것이다. 더구나 집회가 열리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성수대교 붕괴가 서울시의 관리소홀 때문이냐,동아건설의 부실시공 때문이냐를가리려는 검찰의 노력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朴義俊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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