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편든 프랑스·스페인 마지막까지 여수 발목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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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2012년 여수 세계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500일간의 대장정은 많은 뒷얘기를 낳았다. 정부와 재계는 한 표를 얻기 위해 악천후에서 목숨을 걸고 비행기를 타기도 했고 치밀한 득표 계산 속에서 발품 외교를 벌였다. 일부 국가는 지지를 약속하고도 입장을 바꾸거나 우리나라와 경쟁국에 모두 지지 입장을 전달했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현실을 실감해야 했다.

여수가 마지막까지 고전한 이유는 스페인과 프랑스 때문이었다. 모로코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모로코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대거 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각각 프랑스어권.스페인어권 국가들을 상대로 모로코를 대신해 유치 활동에 나설 정도였다. 프랑스어권 아프리카와 중남미 스페인어권 국가들이 모두 모로코를 지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나라는 모로코를 대신한 프랑스와 스페인의 대리 유치전의 증거를 잡고 세계박람회기구(BIE) 사무국에 공식 항의했으나 사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모로코와 가까운 프랑스.스페인이 공공연히 여수 개최를 반대해 줄 것을 다른 나라에 요청하고 다녀 좌절과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1차 투표에서 여수는 모로코와 9표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결선투표에서는 탈락한 폴란드의 표가 대거 우리 쪽으로 넘어오면서 1차 투표 때보다 큰 표차로 모로코를 이길 수 있었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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