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CEO형 공무원 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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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공무원들은 대부분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때문에 변화에 소극적입니다. 서비스 전달이라는 본연의 임무에는 소홀하게 되는 것이 문제죠.”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사)한국지방자치연구소 강형기(53·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사진)소장이 나섰다. 그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키우는 무료 교육기관 ‘향부숙(鄕富塾·지방을 살찌우는 글방)’을 만들었다.

24일 충북 영동군 난계국악전수관에서 개숙식을 하고 첫 강의를 시작한 향부숙은 1년 단위로 지방자치단체 간부(4∼5급) 40명과 비간부급(6∼8급) 100명을 선발해 교육 시킨다.

강 소장은 향부숙에 대해 “중앙정부 지원금과 세금으로 짜여진 예산을 소화하는 데 급급한 지방 공무원들을 수익사업을 개발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형 프로듀서 공무원으로 바꾸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향부숙을 만들게 된 것은 기존 공무원 재교육기관의 교육 내용이 부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강 소장은 “공무원들은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따거나 기간을 채우기 위해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강 소장은 공무원들이 스스로 행정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실무 위주의 교육기관 설립을 오랫동안 모색해왔다. 그러나 운영비 마련이 문제였다.

그는 기업인 등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 다니며 취지를 설명하고 후원을 부탁한 끝에 올해 초 대구에서 벤처기업을 하는 최모(62) 회장에게 연간 1억원의 운영비 지원을 약속받았다. 또 전국 50세 이하 젊은 시장·군수 40여명으로 구성된 청목회(靑木會) 회원들도 적극적인 후원하겠다고 나섰다. 충북 영동군도 난계국악전수관 회의실을 강의실로 제공했다. 삼성경제연구원 이원호 전무, 건축가 승효상씨, 이석형 전남함평 군수 등이 강사를 맡겠다고 자청했다.

강 교수는 “단순한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 실천하는 공무원을 양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지방자치학의 명강사로 유명하다.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을 지내며 1985년부터 지금까지 1000여 차례의 공무원 특강을 해왔다. 전국 시·군청을 거의 모두 돌아 다녔다고 한다. 그는 98년부터 논어를 기본 자료로 삼아 지방자치를 해석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논어의 자치학』등 저서도 10여권이나 된다.

강 교수는 “공자는 천하를 주유하면서 많은 지방의 CEO와 공무원에게 정치 행정의 기본원리는 물론 지역 및 도시 개발, 변화와 혁신을 가르쳤다”며 “향부숙을 통해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향부숙=강 교수는 20세기가 국부(國富)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향부(鄕富)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향부숙은 ‘지방을 부자로 풍요롭게 만드는 글방’으로 공무원들이 지방을 살 찌우게 하는 구상과 학습을 하는 장소라는 의미다. 교육기관이 아닌 학습지원기관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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